북유럽 재즈거장이 만든 ‘Seoul’… 낯익은 밀양아리랑 선율로 시작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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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탈라-바케니우스 듀오… 신작에 6개 도시 헌정곡 담아
9월 ‘유러피안 페스티벌’서 초연… “한국 음악, 독특한 맛이 있어요”

9월 서울에서 신작 ‘Seoul’을 초연하는 북유럽 재즈 연주자 이로 란탈라(왼쪽)와 울프 바케니우스. 플러스히치 제공
9월 서울에서 신작 ‘Seoul’을 초연하는 북유럽 재즈 연주자 이로 란탈라(왼쪽)와 울프 바케니우스. 플러스히치 제공
‘파-미♭-파-미♭-도/파-미♭-파-미♭-도….’

아련한 화성(和聲)은 북유럽의 비극적 전설을 전하듯 구슬픈데…. 그 위로 깔리는 이 멜로디, 어딘가 낯익다. 아뿔싸! ‘날 좀 보소/날 좀 보소…’ 밀양아리랑이다. 10월 27일 독일 유명 음반사 ACT를 통해 전 세계에 발매되는 ‘Seoul’이란 곡을 미리 듣다가 이 도입부에 흠칫 놀랐다.

‘Seoul’은 핀란드 피아니스트 이로 란탈라(47)가 작곡해 스웨덴 기타리스트 울프 바케니우스(59)와 함께 연주한 작품이다.

“재작년과 작년, 서울과 핀란드 헬싱키에서 소리꾼 정은혜와 판소리 ‘적벽가’ 일부를 재해석해 협연했어요. 한국 음악, 정말 독특한 맛이 있어요.”(란탈라)

28일 밤 영상통화로 만난 헬싱키의 란탈라는 1999년부터 한국에 예닐곱 번 오가면서 김치, 불고기, 한국 문화에 젖었다고 했다. “근데 아리랑 부분은 바케니우스가 넣자고 했어요.”

비슷한 시간, 스웨덴 예테보리의 자택에서 전화를 받은 바케니우스는 “아리랑이라면 6∼8종은 알고 있다”고 했다. 2000년경부터 한국 재즈 보컬 나윤선의 기타리스트로 활동하며 자연스레 체득했다. “케이팝은 잘 몰라도 제가 미랴마뤼뢍, 진도아뤼뢍, 정선아롸뤼….” 아리랑 종류를 웬만한 한국인보다 더 많이 꿴다.

두 사람이 ‘Seoul’을 짓게 된 것은 듀오 음반을 준비하면서다. 이웃나라에 살지만 2015년에야 처음 한 무대에 선 두 사람은 서로를 알아봤다.

“감성은 물론이고 미묘한 템포 감각까지도 우린 통하더라고요.”(란탈라) 곧바로 의기투합한 둘은 전 세계 수많은 도시를 다녀본 경험을 토대로 ‘모든 도시엔 저마다의 소리가 있다’는 철학을 공동작품에 반영하기로 했다. 신작 ‘good stuff’에 6개의 도시에 대한 헌정곡을 넣었다. 빈, 헬싱키, 팔마, 베를린, 로마, 그리고 서울. 아시아 최대 재즈 시장인 일본도 건너뛰고 둘은 서울에 ‘꽂혔다’. “한국인들은 유럽식 재즈를 제대로 이해하고 즐길 줄 알아요. 일 중독에 겸손하다는 점에서 스웨덴인과도 비슷하죠. 스웨덴 전통 노래 중에 아리랑과 비슷한 것도 여럿 있다고요.”(바케니우스)

‘Seoul’에서 밀양아리랑의 구슬픈 선율은 이내 당김음과 셔플 리듬의 신명나는 악절로 이행한다. “금요일 밤에 서울 홍익대 같은 곳에 나가 보면… 알죠? 조용했던 사람들이 돌변하는, 그런 분위기.”(바케니우스)

두 북유럽 거장은 ‘Seoul’을 서울에서 세계 초연한다. 다음 달 1일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유러피안 재즈 페스티벌’ 개막 공연이다. 5일 대구, 6일 부산, 8일 수원 무대로 이어진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유러피안 페스티벌#이로 란탈라#울프 바케니우tm#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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