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슈퍼 복지예산 429조, 성장 없이 지속가능한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3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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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국가가 복지에 쓰는 돈이 전체 예산의 3분의 1을 넘어선다. 정부는 어제 국무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하는 429조 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을 의결하고 9월 1일 국회에 제출키로 했다. 예산 증가율이 2009년 이후 최대인 7.1%로 내년 우리 경제의 외형이 커지는 경상성장률 4.5%를 크게 웃도는 전형적인 확장적 재정, ‘슈퍼예산’이다.

이번 예산안은 철도 도로 산업현장 등에 재정을 지원하는 물적 투자를 줄이는 대신 복지 일자리 교육 등 사람에 대한 투자로 국가사업의 무게중심을 옮기는 것이 핵심이다. 기업의 성장과실이 서민중산층으로 떨어지는 ‘낙수효과’ 중심의 정책을 폐기하고 서민층의 소득을 늘려 전체 경제가 살아나도록 하는 ‘분수효과’ 중심으로 정책의 틀을 바꾸는 새 정부의 실험에 맞춰 재정의 패러다임도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내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올해보다 4조4000억 원 감소한다. 반면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주는 기초연금이 월 20만6000원에서 25만 원으로 오르고 0∼5세 아동을 대상으로 한 월 10만 원 수당제도가 신설된다.

복지 예산 확대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지난달 19일 178조 원짜리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할 때부터 예견됐다. 그러나 인건비 국채이자 등 고정적인 경비가 턱밑까지 차오른 상황에서 복지 지출까지 늘면서 정부가 반드시 써야 하는 법정 의무지출 비중이 내년에 전체 예산의 절반을 넘어선다. 이 비중대로 예산이 확정되면 앞으로 국가자원의 절반 이상이 예산을 짜기도 전에 고정돼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창의적 사업을 재량껏 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복지사업 등 재정수요가 지금 추세대로만 늘어도 현재 670조 원인 국가채무는 2021년이면 800조 원을 넘어선다. 빚에 기댄 복지가 한계가 있는 만큼 규제개혁으로 경제 전체의 파이를 늘려야 세수도 늘어난다는 것이 상식이다. 성장정책을 소홀히 하면서도 경제 규모가 커져 세수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정부의 인식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공약 재원을 어떻게든 마련해야 하는 정부로서는 SOC 예산을 감축하는 것 말고는 뾰족한 수가 없었을 것이다. 다만 8·2부동산대책 여파로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는 국면에서 SOC 지출을 급하게 줄인다면 부동산 경기가 경착륙하면서 대량 실직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제 국회가 포퓰리즘 성향의 복지제도를 걸러내 재정건전성과 양극화 해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역할을 해야 한다. 복지가 좋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 복지가 재정위기의 도화선이 된다면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또한 실패할 것이다.
#슈퍼 복지#복지 예산 확대#낙수효과#분수효과#soc 예산 감축#포퓰리즘 성향의 복지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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