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中의 철강생산량 축소 제안 일축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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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 상무장관은 동의했지만 무산… 트럼프, 보복관세 부과 강행 입장
中, 미국산 클로버 통관불허 맞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중(對中) 관세 부과 방침을 고집하며 중국의 철강 생산량 축소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이 지난달 중순 2022년까지 철강 생산량을 1억5000만 t 줄이는 방안을 미국 측에 제안해 윌버 로스 상무장관의 동의까지 얻었으나 트럼프의 두 차례 반대에 결국 합의가 무산됐다고 29일 전했다.

익명의 당국자는 FT에 “트럼프는 (관세 부과와 같은) 더 광범위한 조치를 원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과 로스 장관이 함께 참석한 회의의 한 장면을 거론하며 “로스는 해당 제안이 거절당하자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였다”고 전했다. “(중국이 제안한 생산량 축소 규모는) 상당한 수준이었는데 대통령이 관세 부과를 원하는 이상 규모는 중요하지 않았다”는 것.

F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스티브 배넌 당시 백악관 수석전략가뿐 아니라 대표적인 보호무역주의자인 피터 나바로 국가무역위원회 위원장 역시 철강 생산량 감축안에 동의하지 않았다. 무역 부문에서 로스 장관의 입지가 축소되고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의 입김이 강화됐다는 말도 나온다.

중국이 2022년까지 축소하겠다고 제안한 약 5년간 1억5000만 t 규모는 중국의 1년 철강 생산량(약 8억 t)의 19% 수준이다. 백악관은 왜 트럼프가 중국 측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냐는 질문에 “대통령과 장관들 간의 확인되지 않은 내부 대화에 대해서는 코멘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강경한 대중 무역정책 방침에 중국도 보복 태세를 갖추고 있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톈진(天津)시 당국이 최근 미국에서 수입된 10만1300달러(약 1억1300만 원)어치의 클로버 350t을 돌려보냈다고 29일 보도했다. 수입이 금지된 상업적인 목적의 유전자 조작 식물로 드러났다는 설명이다.

글로벌타임스는 같은 날 사설에서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행동에 지나치게 집중할 필요가 없으며 (무역전쟁의) 우위에 서기 위해 미국을 겨냥한 보복 조치를 준비해야 한다”고 적었다. 트럼프의 관세에 대한 이해력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전날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트럼프가 지난달 말 백악관 집무실에서 참모들을 모아두고 “지식재산권 문제 거론이 아닌 관세를 가져오라”고 질책했다고 보도했는데, 글로벌타임스가 “(보도가 사실이라면) 관세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트럼프는 제한적 지식을 갖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트럼프#철강#생산량#중국#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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