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 일년간 내릴 비 일주일새 쏟아붓는 셈”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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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첫째 주 610mm 더 내릴 전망… 텍사스 이재민 45만명… 30일 고비
사망자 최소 10명으로 늘어… 휴스턴市 강제대피명령 지연 논란

미국 텍사스주를 4일째 강타한 초강력 허리케인 ‘하비’로 인한 사망자가 최소 10명으로 늘었고 이재민 45만 명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폭우는 30일(현지 시간) 최대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립기상청에 따르면 폭우는 28일까지 760mm 쏟아진 데 이어 이번 주 내 추가로 최대 610mm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29일 AP통신이 전했다. 하비가 일주일간 최대 1370mm의 폭우를 쏟아내는 셈이다. 이 지역 연간 강수량과 맞먹는 양이다.

미국 4대 도시인 휴스턴은 아수라장이 됐다. AP통신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 한 여성이 이동형 주택 안에 있다가 쓰러진 큰 오크나무에 깔려 사망했고 손주 4명과 차량을 타고 가던 노부부 가족은 강에 빠져 모두 익사했다. 한 남성은 탈출 과정에서 아이를 구하지 못해 강물 속으로 떠나보내야 했다. 피해가 워낙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 사망자 집계가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아트 아세베도 휴스턴경찰국장은 “시신을 얼마나 수습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AP통신에 밝혔다. CNN에 따르면 휴스턴 조지브라운컨벤션센터에는 28일 밤까지 9000명이 넘는 수재민이 모여들었다.

피해는 더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29일 하비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최대 1000억 달러(약 11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휴스턴시가 조기에 강제 대피 명령을 내렸어야 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대해 실베스터 터너 휴스턴 시장은 “수많은 사람들이 휴스턴을 떠났다가 돌아오려 할 때의 혼란을 상상할 수 있는가. (강제 대피 명령을 내리지 않은 건) 옳은 결정이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휴스턴 인근 갤버스턴 카운티 측은 28일 강제 대피 명령을 내렸다고 CNN은 보도했다.

하비와 비견되는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사태 때는 태풍 타격 하루 전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 대피 명령이 떨어졌다. 하지만 10만 명이 도시를 떠나지 않고 있다가 몇 주 뒤 인근 지역인 휴스턴에 허리케인 리타가 닥치자 서둘러 탈출하던 100여 명이 사망했다. 재난 초기 미숙한 대응은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리더십에 타격을 줬다.

취임 뒤 첫 대형 재난을 맞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에 이번 사태는 위기 대응 리더십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텍사스주를 방문할 예정이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비#미국#텍사스#이재민#사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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