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존중과 배려는 직원을 춤추게 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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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책이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관심과 칭찬, 격려는 상대의 열정을 불러일으킨다는 범고래 조련사로부터의 교훈을 담고 있다. 기업에서도 직원들의 생산성과 능률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칭찬, 관심, 배려의 표현이 금전적 보상이나 승진보다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왜 그런지에 대해서는 그간 연구가 부족했다. 학자들도 그저 막연히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정도로만 생각해 온 게 사실이다.

최근 미국 마켓대와 애리조나주립대의 경영학자들이 ‘고래를 춤추게 하는 칭찬’의 비결을 연구해 국제 학술지에 발표했다. 이들의 연구 대상은 교도소였다. 이들은 미국의 한 주립 교도소의 여성 수감자들을 수개월 동안 살펴봤다. 이 수감자들은 한 기업으로부터 콜센터 업무를 받아서 수행하고 있었는데, 교도소라는 제한된 물리적 환경 속에 놓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탁월하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일하고 있었다.

근본 원인은 ‘존중’이었다. 일을 맡긴 회사는 죄수라는 신분과 관계없이 수감자들에게 존중과 배려의 자세로 대했다. 이런 회사 측의 태도는 수감자들이 회사에 대한 소속감을 느끼도록 만들었다. 또 현재 이들이 갖고 있는 죄수라는 절망스러운 자아(自我)와는 다른, 더 밝고 새로운 미래의 자아를 꿈꿀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죄수들이 새로운 자아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내적 갈등을 크게 경험하지도 않았다. 수감자들이 느낀 단체로서의 존중감, 또 개인으로서의 존중감은 이들이 한계 상황에 처했음에도 사회적, 개인적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기여했고 이는 탁월한 성과와 창의적 업무수행으로 이어졌다.

많은 기업이 직원들에게 자아의식과 정체성을 확립해주려고 애쓴다. 교육과 훈련을 시키기도 하고 회사 슬로건을 만들거나 사내 멘토를 붙여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 연구가 보여주듯 자아의식과 정체성을 회사가 만들어주려 하거나 회사의 정체성을 개개인에게 심어주려 하기보다는, 직원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스스로 긍정적 자아와 정체성을 형성하도록 돕는 노력도 매우 큰 의미가 있다.

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jhryoo@hanyang.ac.kr
#존중#배려#칭찬#직원#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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