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가 떴다] SK 최정-최항 형제 “함께 KS 우승하고 싶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8월 30일 05시 30분


SK 최정(오른쪽)-최항 형제가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나란히 엄지를 치켜세우며 포즈를 취했다. 닮은 듯 서로 다른 두 형제의 공통된 목표는 오직 비룡군단의 한국시리즈 우승뿐이다. 인천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SK 최정(오른쪽)-최항 형제가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나란히 엄지를 치켜세우며 포즈를 취했다. 닮은 듯 서로 다른 두 형제의 공통된 목표는 오직 비룡군단의 한국시리즈 우승뿐이다. 인천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피는 물보다 진하고, 피는 못 속인다고 했다. 2017시즌 SK 최정(30)과 최항(23) 형제를 보면 이 말이 딱 맞아떨어진다. 최정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3루수다. 지난해(40홈런)에 이어 올해도 38홈런(28일 기준)을 쏘아 올리며 2년 연속 홈런왕을 향해 쾌속질주중이다. 동생 최항도 이에 지지 않고 존재감을 드러냈다. 올 시즌 처음으로 1군에 등록된 신예지만 19경기에서 타율 0.386(57타수22안타), 1홈런, 11타점이라는 빼어난 성적으로 ‘그 형의 그 아우다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동생을 보는 형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동생도 한국을 대표하는 야구선수인 형을 향해 존경심을 드러내길 주저하지 않는다. 한국프로야구 36년 역사상 구천서-구재서(OB 베어스) 쌍둥이, 양승관-양후승(청보 핀토스), 지화동-지화선(빙그레 이글스) 형제에 이어 역대 네 번째로 같은 유니폼을 입고 선발출전하고 있는 최정과 최항 형제. 이들의 공통된 바람은 “언젠가 한 팀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쁨을 함께 맛보는 일”이었다.

SK 최정. 스포츠동아DB
SK 최정. 스포츠동아DB

● 최정 “(최)항이는 귀여운 막내동생”

최정은 삼형제 중 맏이다. 둘째 최평 씨는 운동이 아닌 다른 길을 선택했지만 막내 최항은 큰형을 따라 야구를 선택했다. ‘정, 평, 항’, 범상치 않은 삼형제의 이름은 아버지 최순묵 씨가 직접 지어줬다. 최정은 “아버지께서 정직하고 평탄하게 항상 우애를 갖고 살라는 뜻으로 정, 평, 항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셨다”고 설명했다.

이름만큼 삼형제의 사이는 좋다. 어릴 적 최정에게 최항은 ‘애기처럼 귀여운 막내동생’이었다. “(최)항이는 막내라서 나보다 좀더 살갑고 애교도 많다. 집안에서 분위기메이커인 것 같다”는 게 최정의 얘기였다. 워낙 나이차가 나다보니 둘이 싸우거나 부딪히는 일도 크게 없었다. 그래서 양보하는 것도 늘 최정의 몫이었다. 최항도 “어렸을 때 프로레슬링이 유행이어서 형과 프로레슬링 놀이를 하면서 많이 놀았다”며 “형이 날 많이 봐줬다. 내가 어린 걸 믿고 기어올라도 다 받아주고 나한테 잘해줬다”고 미소를 지었다.

딱 한 번, 최항이 야구선수를 한다고 했을 때 최정이 반대했다. “먼저 해봤기 때문에 얼마나 힘든 길인지 잘 알고 있어서”였다. ‘동생만은 이렇게 힘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형의 진심이었다. 그런데 최항의 고집을 꺾을 순 없었다. 동생은 형의 모습을 보고 야구의 길을 선택했다. 최항은 “(최)정이 형이 멋있어 보여서 야구를 한다고 했다”며 “처음에는 부모님도 운동 차원에서 시키려고 하셨는데 나중에 선수를 한다고 했을 때 흔쾌히 허락해주셨다. 형은 반대했지만 나중에는 부모님 의견을 따른 것 같다”고 말했다.

SK 최항. 스포츠동아DB
SK 최항. 스포츠동아DB

● 최항 “형의 조언을 마음에 새겼다”

최항은 형의 전철을 그대로 밟았다. 단순히 야구선수의 길만 따라간 게 아니었다. 최정의 모교인 유신고를 졸업했고, 2012년 신인지명회의에서 8라운드 전체 70순위로 SK 유니폼을 입었다. 포지션도 3루수로 같았다.

그런데 이 선택이 최항의 발목을 잡았다. 팀 내 자리가 굳건한 형 때문에 1군에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최정은 2005년 SK에 입단한 뒤 10년 넘게 간판타자, 주전 3루수로 활약하고 있다. 형을 제치기에는 아직 동생이 경험이나 실력 면에서 모자랐다. 결국 동생은 5년간 단 한 번도 1군 무대를 밟지 못한 채 2군에만 머물렀다.

최항은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묵묵히 훈련했다. 최정은 그런 동생을 향해 “절대 다치면 안 된다”는 애정 어린 조언을 건넸다. “다치지 않고 꾸준히 실력을 향상시키면 언젠가는 기회가 온다”는 말로 용기를 북돋워줬다. 이뿐만 아니다. 타격이나 수비 쪽에서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이나 경험을 적극적으로 전수해줬다. 최항도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은 “아프면 안 된다”는 형의 이야기를 마음에 아로새겼다. “타격이든, 수비든 가리지 않고 계속 배우는 마음으로 될 때까지 해서 실력을 쌓아야 된다”는 형의 말을 믿고 열심히 구슬땀을 흘렸다.

흘린 땀은 배신하지 않았다. 5년의 시간이 흐른 뒤 최항은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6월 25일 인천 kt전에서는 형제가 한 그라운드에 서는 감격스러운 순간을 맞이했다. 최정은 “사실 (최)항이가 야구를 제대로 하는 걸 가까이에서 지켜본 것은 올해가 처음”이라며 “동생이 팀에 도움이 되는 플레이를 할 때마다 마음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타자’ 최항에 대해서도 “잘 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타자라고 생각한다. 스윙이 짧고 간결하게 뻗어 나오는 점은 나도 배울만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타구를 좀 더 힘있게 보낼 수 있도록 연습한다면 더 좋아질 것 같다”고 후한 점수를 줬다.

정작 최항은 “아직 내가 타격에 대해서 어떤 말을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1군에서 꾸준히 뛸 수 있는 선수를 목표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야한다”고 스스로를 낮췄지만, 형의 눈에는 “상대투수에 맞게 타격 타이밍을 잘 맞추고 공을 맞추는 면이 넓은” 동생의 장점이 보였다. 수비력에 대해서도 “수비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좀 더 경험을 많이 쌓고 많은 공을 받아보면서 본인만의 감각을 키우는 쪽으로 더 노력하면 좋을 것 같다”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25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SK 와이번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렸다. 경기 종료 후 SK 최항과 최정이 수훈선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인천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25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SK 와이번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렸다. 경기 종료 후 SK 최항과 최정이 수훈선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인천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최정-최항 “같은 팀에서 뛰면 의지가 된다”

사실 형제가 한 팀에서, 그것도 한 경기에 동반 출장하는 경험은 쉽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36년 KBO리그 역사를 뒤져봐도 역대 네 번밖에 없는 일이었다. NC 나성범-삼성 나성용 형제는 연세대학교 때까지 동생이 던지고 형이 공을 받았지만 프로에서는 각자의 길을 걷고 있다. SK 조동화-삼성 조동찬 형제 역시 한국시리즈에서 아군 아닌 적군으로 격돌했다.

반면 최정-최항 형제는 같은 팀에서 뛰고 있다. 상대팀이면 아무리 형제라고 해도 형 또는 아우의 활약에 기쁨을 겉으로 드러내기 어렵지만 최정은 평소 감정표현이 많지 않은 성격임에도 최항이 잘 치면 덕아웃에서 만면에 미소를 짓는다. 최항도 최정이 결정적 홈런을 치면 두 팔을 번쩍 들어올리며 마치 자기 일처럼 좋아한다. 둘은 “야구는 팀플레이다. 꼭 동생(형)이어서가 아니라 팀 동료들이 잘 하면 당연히 기분 좋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아무래도 형이(동생이) 잘 하면 기분은 좋다”고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같은 팀에서 뛰면서 심적으로 의지되는 부분도 있다. 최정은 “서로를 의지하고 격려할 수 있다는 점은 매우 좋다”고 했고, 최항도 “서로 의지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리고 형이 나에게 뭘 물어볼 일은 많이 없긴 하지만 서로 궁금한 게 있을 때 물어보면서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부모님도 형제가 함께 뛰는 모습을 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다. 최정은 “부모님이 티는 많이 내지는 않지만 뿌듯해하시는 것 같다. 그리고 둘 다 다치지 말라고 강조하신다”며 “내게는 형인만큼 동생에게 모범이 될 수 있는 더 큰 선수가 되라고 말하신다”고 귀띔했다.

2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7 프로야구 KBO리그’ SK 와이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에서 강우콜드 승리를 거두고 6연속 위닝시리즈를 달성한 SK 최정, 최항 형제가 응원단을 향해 인사하고 덕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2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7 프로야구 KBO리그’ SK 와이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에서 강우콜드 승리를 거두고 6연속 위닝시리즈를 달성한 SK 최정, 최항 형제가 응원단을 향해 인사하고 덕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최항 “형은 우상” 최정 “책임감 생겨”

물론 모든 일이 그렇듯 단점도 있다. 최정은 “팀에 해가 되는 플레이를 했을 때 내가 하지 않았어도 내가 한 것처럼 마음이 아쉽다”고 했고, 최항 역시 “형이든, 나든 실수를 했을 때 더 마음이 아픈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도 최항에게 최정과 함께 뛸 수 있는 이 시간이 매우 소중하다. 그에게 형은 ‘우상’이기 때문이다. 최항은 “형은 하나에 몰두하면 될 때까지 집중해서 해내는 것 같다. 그런 집중력과 근성은 정말 부럽다”며 “꼭 내 형이 아니라도 잘하는 선수 아닌가. 타의모범이 되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내가 많이 배우고 노력해서 닮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허투루 하는 말이 아니다. 그는 자신이 형보다 앞선다고 생각하는 점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는 하나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할 정도로 형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내고 있다. 막내의 진심 어린 말에 형도 고마움을 드러냈다. 최정은 “웬만하면 친형을 언급하기보다는 다른 배울만한 선수를 이야기 했을 텐데 그게 나라고 얘기해줘서 고맙고, 동생을 실망시키지 않아야겠다는 책임감을 느꼈다”고 스스로를 다잡았다.

그렇다면 최정과 최항의 꿈은 뭘까. 형제는 역시 형제였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반우승”을 외쳤다. 최정은 “기회가 닿을지는 모르겠지만 같이 1군에 있으면서 우승을 해보고 싶다”고 했고, 최항도 “나도 형처럼 둘이 같이 1군에서 우승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형제가 함께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쁨을 맛본 건 1982년 프로야구 원년에 구천서-구재서(OB) 쌍둥이 형제 이후 없었다. 과연 최정-최항 형제는 프로야구 역대 두 번째로 그라운드 위에서 함께 우승컵을 들어올릴 수 있을까.

● SK 최정은?

▲1987년 2월 28일생
▲대일초~평촌중~유신고
▲우투우타
▲키 180㎝·몸무게 90㎏
▲2005년 SK 입단(1차 지명)
▲2017년 연봉=12억원
▲프로 경력=SK(2005~현재)
▲2017년 성적=109경기 타율 0.307(352타수108안타), 38홈런, 93타점, 71득점, 5도루(28일 기준)

● SK 최항은?

▲1994년 1월 3일생
▲대일초~매송중~유신고
▲우투좌타
▲키 183㎝·몸무게 79㎏
▲2012년 SK 입단(8라운드 전체 70순위)
▲2017년 연봉=2700만원
▲프로 경력=SK(2012~현재)
▲2017년 성적=19경기 타율 0.386(57타수22안타), 1홈런, 11타점, 9득점(28일 기준)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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