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투 더 동아/8월29일]이완용이 나라를 팔아먹을 때 어떤 말을 썼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9일 13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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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 8월 29일자 지면 사진
1920년 8월 29일자 지면 사진

1910년 오늘(8월 29일)은 일본에 ‘국권을 빼앗긴’ 날이다.

1920년 4월 1일 창간한 동아일보는 그해 오늘 3면에 ‘오늘!’이라는 사진 기사를 통해 나라를 빼앗긴 지 10년이 됐다는 사실을 상기키셨다. 당시 기사를 요즘 말에 가깝게 풀면 이렇다.

“10년 전 오늘이 한국이 일본에 합병되던 날이올시다. 금년 8월 29일이 한일합병의 10주년 기념일이올시다. 사진은 한일합병조약에 양국 편에서 도장을 찍었던 곳이니 지금 총독관저 안에 있는 방이오, 그 방에 있는 사람은 한국 통감으로 합병조약을 체결한 데라우치 마사타케(寺內正毅)요, 왼편의 인물은 한국편으로 조약에 도장을 찍은 당시 한국 총리대신 이완용.”

이 기사에 이완용 사진을 썼다는 것만 봐도 당시 그가 ‘매국노의 대명사’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을사오적, 정미칠적, 경술국적에 모두 이름을 올린 그였으니 그럴 만도 했다. 아니, 이완용을 제외하면 나머지 매국노가 누구였는지 이름을 대기도 힘든 게 현실이다. 그만큼 지금은 더욱 더 ‘매국노 = 이완용’이다.

1926년 이완용이 숨을 거두자 동아일보는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횡설수설’을 통해 “이완용이 염라국 사람이 되었으니 (염라국마저 팔아먹을까 봐) 염라국의 장래가 걱정이 돼 마음이 편치 못하다”고 썼다. 당연히 일제는 이 기사를 삭제하도록 명했다.

보기에 따라 재미있는 건 이완용은 친일파였지만 일본어를 제대로 할 줄 몰랐다는 점. 대신 조선 최초 근대식 교육 기관인 ‘육영공원’ 출신인데다 미국 주재 외교관을 지냈기에 영어는 아주 유창했다. 그래서 나라를 팔아먹을 때도 영어를 썼다. 그는 죽기 전 아들에게 “이제 미국이 초강대국이 될 것 같으니 친미파가 되거라”하고 유언을 남겼다. 이렇게 좋은 ‘촉’을 엉뚱한 데 쓰지 않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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