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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찌르는 오물 뒤지며 종이조각 퍼즐 맞추기… “찾았다! 쓰레기 불법투기 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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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찌르는 오물 뒤지며 종이조각 퍼즐 맞추기… “찾았다! 쓰레기 불법투기 범인”

신규진기자 입력 2017-08-29 03:00수정 2017-08-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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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단투기 단속 현장 동행해보니
16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 주택가에 버려진 불법 쓰레기봉투를 마포구 청소행정과 직원들이 뜯어보고 있다. 내용물 속에서 무단 투기자의 신원을 확인할 단서를 찾는 것이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이건 약과예요. 깨진 유리에 손 베일 때도 많은데요.”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연남동 삼거리 근처에서 만난 백종권 씨(46)가 아무렇지 않은 듯 미소 지으며 말했다. 손에 낀 목장갑은 라면 국물로 범벅이 됐다. 마포구 청소행정과 직원인 백 씨는 동료 4명과 함께 쓰레기 불법 투기를 단속한다. 단순히 버려진 쓰레기를 확인하는 게 아니다. 불법 투기의 ‘범인’을 찾아내는 것이 이들의 업무다.

이들이 자주 찾는 곳은 일명 ‘연트럴파크’(연남동+센트럴파크)다. 톡톡 튀는 메뉴와 인테리어를 갖춘 상점이 많아 평일에도 사람이 몰린다. 그만큼 쓰레기 발생량도 많다. 이곳에서는 화·목·일요일에만 쓰레기를 배출해야 한다. 기자가 동행한 이날은 수요일. 하지만 은행나무 아래에는 10L짜리 종량제 봉투가 10개 넘게 쌓여 있었다.


백 씨와 동료들이 목장갑을 낀 손으로 봉투를 찢었다. 소각용 폐기물만 담는 봉투에서 음식물 썩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10분가량 뒤적인 끝에 국물이 남은 컵라면 용기에서 종이조각 10여 개가 발견됐다. 손가락 두 마디도 안 되는 크기다. 단속반원들은 젖은 종이를 일일이 펼치며 ‘퍼즐 맞추기’를 시작했다. 잠시 후 바닥에 상가월세계약서 일부가 나타났다. 단속반은 계약서 속 정보를 바탕으로 근처 2층 건물에 사는 임차인 A 씨를 찾아갔다. 그는 “내가 아니고 임대인이 버린 것”이라고 발뺌했다. 그러나 임대차 계약은 1년 전 일이고 임대인은 근처에 살지 않았다. 단속반이 개인휴대정보단말기(PDA)로 A 씨에게 과태료 10만 원을 부과하자 “왜 나한테만 이러느냐”는 짜증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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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한 날과 장소에 쓰레기를 분리해 버리는 쓰레기 종량제가 시행(1995년)된 지 20년이 넘었다. 그러나 현장에선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의견이 많다. 7년째 단속 업무를 맡고 있는 송효진 씨(43)는 한 달 전 책상과 소파 등 가구를 불법 투기한 사람을 찾아내기 위해 이틀간 가정집 20여 곳을 돌았다. ‘큰 가구를 버린 범인은 최근 이사한 사람일 것’이란 생각에 만나는 사람마다 “최근에 이사한 집이 어디냐”고 물었다. 경찰의 탐문수사와 다를 바 없었다. 송 씨는 일주일 만에 40대 남성을 찾아 과태료 50만 원을 물렸다.

28일 서울시에 따르면 쓰레기 불법 투기 적발은 해마다 늘고 있다. 2015년 9만6093건에서 지난해 10만9868건으로 1만 건 이상 증가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6만705건이다. 서울의 경우 구청마다 다르지만 보통 10만 원 정도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하지만 반발이 거세 항상 과태료를 부과하는 건 아니다. 이날도 비닐봉지에서 발견한 택배운송장을 추적해 한 오피스텔 주인을 찾았다. 주인은 “(쓰레기 버린) 세입자에게는 내가 말할 테니 그냥 돌아가라. 건물 이미지 안 좋아진다”며 30분 넘게 단속반의 건물 진입을 막았다.

송 씨는 “배출일만 지켜도 주변 환경을 훨씬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고, 우리도 이런 고생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쓰레기#무단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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