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판 생중계, 판사가 더 부담?… 원세훈 선고도 불허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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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피고인 부동의” 들어 결정… 일각 “얼굴 노출 따른 피해 감안한듯”
檢 변론재개 요청 거부 30일 선고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66)의 ‘댓글 사건’ 파기환송심 담당 재판부가 30일 열리는 선고 공판의 방송 생중계를 허용하지 않기로 28일 결정했다. 앞서 2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 기소)의 1심 선고 공판도 재판부의 결정으로 방송 생중계가 안 됐다. 많은 국민의 관심을 모은 두 사건의 방송 생중계가 잇따라 무산되자 법원 안팎에서는 “방송 생중계 관련 규정을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원 전 원장 사건을 담당하는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김대웅)는 “피고인들이 모두 동의하지 않은 점, 촬영 허가가 공익을 위한 것이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한 점 등에 비춰 (방송 생중계를) 허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앞서 이 부회장 1심 재판부가 선고 공판의 방송 생중계를 불허하며 내세운 것과 비슷한 논리다.

한 변호사는 “원 전 원장 사건의 방송 생중계 허용이 안 되면 도대체 어떤 사건을 생중계하느냐”며 “이런 식이면 박근혜 전 대통령 1심 선고 공판도 생방송으로 보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법원 내부에서는 재판부의 방송 생중계 불허 결정을 이해한다는 반응도 나왔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헌법재판관들이 신변 위협에 시달렸던 일을 생각해 보라”며 “재판부에는 방송에 본인 얼굴을 공개하는 것이 큰 부담일 수 있다”고 말했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방송 생중계의 목적이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이라면, 그 허가 주체는 재판장이 아니라 법원장이나 법원 내 별도 기구가 되는 게 옳다”고 말했다. 직접 방송에 나오게 되는 피고인이나 재판장이 생중계에 동의할 가능성이 높지 않으므로, 중립적인 제3자가 판단을 하자는 것이다.

반면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선고 공판의 방송 생중계 허용 여부도 재판의 일부”라며 “재판에 대한 결정은 전적으로 재판부가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법관들이 방송 중계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국민의 알 권리’ 보장뿐 아니라 피고인이 자신의 혐의에 대해 전 국민에게 항변할 기회를 주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며 “재판부는 전향적으로 방송 생중계 허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원 전 원장 사건을 담당하는 재판부는 검찰의 변론 재개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예정대로 30일 선고를 하기로 했다.

이호재 hoho@donga.com·권오혁 기자
#이재용#공판#생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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