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억류 31개월만에 풀려난 임현수 목사 “화장실에도 카메라… 24시간 감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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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방송 인터뷰
“내가 한국인이었다면 죽였을것 웜비어 사망이 석방 계기된듯… 전세계 탈북자 돕는 일 나설 계획”

“그들(북한)이 15년간 갇혀 있어야 한다고 늘 얘기했는데, 석방 15분 전에 풀려난다고 알려주더군요. … 한국인이었다면 아마 절 죽였을 겁니다. 하지만 (제가) 캐나다인이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었습니다.”

북한에 2년 7개월간 억류됐다가 풀려난 임현수 캐나다 큰빛교회 담임목사(62·사진)가 27일(현지 시간) 캐나다 언론인 CBC뉴스 인터뷰를 통해 북한 억류 과정에서 겪은 고통을 이렇게 털어놨다.

그는 “북한에서 고문을 받지는 않았고, 당국도 최대한 잘 대우하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힘든 강제 노동과 24시간 감시받는 노동교화소의 삶은 고통스러웠다. 그는 “모든 사람이 적으로 느껴졌다”며 당시의 심적 고통을 털어놨다.

“비디오카메라 3대로 24시간 감시를 받았다. 작은 화장실에도 카메라가 있었고 잠을 잘 때도 감시를 받았다. 2명의 경비병이 2시간마다 감시했다. 자유가 전혀 없었다.”

그는 “감옥에 있는 동안 죽음을 떠올리기도 했지만 천국에서 모두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두렵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또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늘 갖고 있었으나 그날이 언제 올지는 몰랐다”고 덧붙였다. 북한 당국이 미국과 캐나다를 한통속이라고 생각해 풀어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는 것이다. 임 목사는 “풀려난 뒤 알게 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망 사건이 석방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에 분노를 느끼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니다. 난 그들을 용서했고 사랑한다”며 “북한이 다시 초대한다면 기꺼이 가겠다”고 말했다. 다만 “법과 정책을 따를 것이며 정부가 반대하면 가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임 목사는 “북한은 미국의 위협을 받고 있다고 믿고 있으며 미국이 자신들을 죽이려 한다고 생각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며 북한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한 달간 가족과 여행을 떠난 뒤에 교회로 돌아와 캐나다를 포함해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탈북자를 돕는 일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 목사는 2015년 1월 종교를 통해 북한 체제를 전복하려 한다는 혐의로 북한 당국에 체포돼 평생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노동교화소에 갇혔다. 북한은 임 목사가 과거 한 기도회에서 북한을 ‘악 자체’라고 부르고 “빨리 망할 가능성이 많다”고 표현한 것을 문제 삼았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임현수 목사#북한#억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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