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작권 전환, 軍역량 넘어 서두르면 盧정부 실패 반복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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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국방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군에 대해 강한 질책을 쏟아냈다. “정부는 경제가 어렵더라도 국방개혁에 필요한 예산을 뒷받침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역대 정부마다 국방개혁을 외쳐왔는데 왜 국방개혁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인지, 왜 우리 군 스스로 전시작전통제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것인지, 왜 방산비리가 계속되는지” 등을 따져 물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비대칭 전력을 고도화하는데, 우리는 그 많은 돈을 갖고 뭘 했는지 근본적 의문이 든다”며 군 통수권자로서 어떻게 군을 신뢰하겠는지까지 언급했다.

문 대통령의 질문은 평소 국민이 군에 묻고 싶었던 질문이다. 북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군이 우리 국민을 지켜낼 수 있을지 불안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어제 문 대통령의 발언은 2006년 전작권 조기 전환 반대 움직임이 일 때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자기 군대 작전통제도 제대로 할 수 없는 군대를 만들어놓고, 별들 달고 거들먹거리고 말았다는 얘기냐. 부끄러운 줄 알라”고 비난했던 모습을 연상시킨다. 노 전 대통령보다 표현은 순화됐지만 문 대통령의 군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은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새 정부가 추진하는 국방개혁, 특히 전작권 조기 전환도 자칫 참여정부의 전철을 밟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우리 군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마땅한 전력을 갖추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한미 연합 방위체제에 크게 의존해온 점도 부인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이 북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킬체인(Kill Chain)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대량응징보복(KMPR) 등 ‘3축 체계’의 조기 구축을 지시한 것이 이 때문이다. 하지만 3축 체계가 목표대로 2020년까지 완성될지, 완성되더라도 ‘북핵 대응능력 확보’라는 전작권 전환의 조건을 충족시킬 만큼 충분한 수준일지는 알 수 없다. 근본적으로, 핵 없는 우리나라가 핵무기를 확보한 북한을 한미 연합 방위체계 없이 이길 수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

새 정부가 내건 ‘국방개혁 2.0’은 노 정부의 ‘국방개혁 2020’이 보수정부를 거치면서 좌절되고 변질됐다는 인식 아래 당시 개혁과제들을 되살리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노 정부의 무리한 전작권 전환은 북핵 고도화라는 안보 상황 변화로 사실상 무기 연기됐다. 군의 확실한 역량과 충분한 공감대 없는 밀어붙이기식 추진은 성공할 수 없고 후유증까지 남긴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문재인 정부#전작권 전환#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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