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 꿈꾸던 공윤희, 코트의 살림꾼 꿈꾼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8월 29일 05시 45분


팀의 살림꾼을 꿈꾸는 흥국생명의 레프트 공윤희. 사진제공|흥국생명
팀의 살림꾼을 꿈꾸는 흥국생명의 레프트 공윤희. 사진제공|흥국생명
■ 흥국생명 레프트 공윤희의 비상

1순위 지명 부담…라이벌 고예림과 비교도
레프트 전향…리시브 보완 땐 큰 성장 기대
센터·라이트 멀티…팀에 꼭 필요한 선수로


어떤 종목이든 ‘1라운드 1순위’가 갖는 의미는 특별하다. 수많은 선수의 이름이 불려지는 드래프트의 장에서 가장 먼저 불린 이름이다. 여자배구 역시 마찬가지이다. 13년의 길지 않은 드래프트 역사이지만 나혜원, 김연경, 한수지, 배유나, 염혜선, 이소영, 이재영, 강소휘까지 국가대표급 선수로 성장한 선수만 해도 벌써 절반이 넘는다.

하지만 이들 중 ‘라이트’는 고작 나혜원 한 명 뿐이다. 외국인 선수의 포지션이 거의 라이트로 한정되는 한국 배구의 특성 때문에 수비력보다는 공격력에 강점을 보이는 라이트 유망주들의 성장이 유독 더디다. 시원시원한 공격으로 고등학교를 평정하던 라이트 선수들은 프로에서 많은 기회를 얻지 못하고 레프트, 센터 등으로 전향하기 바빴다.

흥국생명 공윤희(22)도 비슷한 사례이다. 강릉 세화여고 출신으로, 고등학교 시절 2013∼14 시즌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1순위 지명을 받았던 유망한 라이트였다. 그러나 2순위이자 직접 라이벌로 꼽은 고예림이 신인왕을 수상하는 등 승승장구하는 동안 공윤희는 생각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1라운드 1순위는 뭐 하냐”는 등의 비난에 한없이 작아지기도 했다.

흥국생명 공윤희. 사진제공|흥국생명
흥국생명 공윤희. 사진제공|흥국생명

하지만 공윤희는 높은 잠재력을 지닌 선수이다. 라이트 출신답게 좋은 공격력을 장점으로 한다. 179cm의 작지 않은 신장을 가졌고, 강타뿐 아니라 블록 아웃을 유도할 줄 아는 영리한 공격 센스를 보유하고 있다. 또 스스로 강점으로 꼽은 서브 역시 준수하다. 리시브 불안으로 현재 레프트로서의 입지는 넓지 않지만 큰 성장 가능성이 기대되는 선수이다.

처음 배구를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6학년 때로, 원래는 육상부였지만 큰 키 덕에 배구부로 들어가게 되며 배구 선수의 길을 걷게 되었다. 중학교 2학년 때 만난 은사인 서동선 코치가 좋은 선수로 클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었고, 결국 드래프트 때 가장 먼저 이름을 불리는 선수로까지 성장할 수 있었다.

다가오는 2017∼18 시즌, 소속팀 흥국생명의 약점은 단연 높이로 꼽힌다. 특히 주축 센터 김수지가 FA로 이적한 공백을 메우지 못한 것이 눈에 들어온다. 고교 시절 센터로도 활약한 공윤희에게는 기회이다. 라이트 경쟁자 신연경은 공격력이 아쉬운 편이고, 또 다른 경쟁자 정시영은 센터 출장 비중이 늘어날 수 있다. 외국인 선수 테일러 심슨의 주 포지션이 레프트인 점 역시 호재이다.

한때는 스튜어디스를 꿈꾸기도 했다는 그는, 이제는 팀의 ‘살림꾼’이 되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좋으니 팀에 꼭 필요한 선수로 거듭나고 싶다는 공윤희. 그가 맞는 다섯 번째 시즌은 어떤 모습일지 관심이 모아진다.

박윤규 스포츠동아 대학생 명예기자 yoon2park@naver.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