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자 하상숙 할머니 별세, 생전 인터뷰 보니 “부끄러워 감추고 싶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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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8월 28일 20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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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피해자 하상숙 할머니 별세

사진=동아일보DB
사진=동아일보DB
“부끄러워 감추고 싶은 사람도 많지만 그래도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누구라도 얘기해야지요.”

위안부 피해자 하상숙 할머니(89)가 28일 오전 9시 10분께 패혈증으로 별세한 가운데, 하상숙 할머니의 가슴 먹먹한 생전 인터뷰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1928년 충남 서산에서 태어난 하상숙 할머니는 중국에 가면 공장에 취직하지 않고도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아 1944년 16세 나이에 중국 우한 한커우(漢口)에서 위안부 생활을 했다.

하상숙 할머니는 지난 2010년 7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당시에 대해 “좁은 길 양옆으로 최소 열두 채 이상의 위안소가 있었는데 길 입구에는 철로 만든 문이 있고 일본군이 쓰던 건물이 지키고 있었다. 말을 듣지 않으면 평양 출신이라는 주인 부부에게 몽둥이로 맞는 언니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일본 패망 후 하상숙 할머니는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남의 집 삯일 등을 하며 지내던 하상숙 할머니는 1955년 딸만 셋인 전기기술자 한족 남편을 만나 가정을 꾸렸다. 자신의 과거를 아는 남편은 “그건 옛날 일이다”며 오히려 아픔을 감싸주었다고 했다.

하상숙 할머니는 종전 이후 중국에서 ‘조선’ 국적으로 남았으나 분단 과정에서 중국 내 조선 국적이 모두 북한 국적으로 분류되는 바람에 북한 국적을 가지고 있었다. 중국 귀화를 거부하며 ‘하군자’라는 이름으로 살았던 할머니는 1999년 한국 정부의 국적회복 판정을 받고 ‘하상숙’이라는 본명을 되찾았다.

2003년 한국을 떠난 지 59년 만에 한국에 일시 귀국한 하상숙 할머니는 고향에 갔을 당시 사람들이 위로를 해주기 보다는 고향에 나타난 것을 부끄러워하며 차가운 눈초리를 보냈다고 말했다.

하상숙 할머니는 인터뷰에서 “조국이 잘살게 돼 불과 몇십 년 전에 나라를 잃고 나 같은 사람도 있었다는 것을 잊은 것 같다”며 “그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마음이야 오죽하겠는가. 하지만 생각이 복잡해서…”라며 “어디고 몸도 마음도 의지할 곳이 없어 빨리 죽고 싶다”며 눈물을 쏟았다.

사진=2016년 4월 하상숙 할머니가 한국에서의 진료를 위해 입국하는 모습. 동아일보DB
사진=2016년 4월 하상숙 할머니가 한국에서의 진료를 위해 입국하는 모습. 동아일보DB

하상숙 할머니는 결국 2016년 4월 병상에 누운 채로 고국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2월 낙상사고로 중태에 빠진 하상숙 할머니는 고향 땅에서 치료를 받고 싶다는 뜻을 밝혔고, 그해 4월 서울 동작구 중앙대병원으로 이송됐다.

하상숙 할머니는 지난해 8월 병세가 호전돼 강동구 중앙보훈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하 할머니의 별세로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 국내 생존자는 36명으로 줄었다. 빈소는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d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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