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이면 쪽박”… 허위 종목추천 怪문자 기승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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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울리는 ‘주식 떴다방’ 주의보

‘총 1조 원 사업, 미국 최대 헤지펀드사 코업(업무협력) 예정. 시총 5000억 원 목표. 발표 전 빨리 매집.’

6월 9일 증권가에서는 낯선 번호로 코스닥 상장사 엔에스엔의 초대형 호재를 알리며 주식을 사라고 권유하는 문자가 돌았다. 글로벌 헤지펀드의 대규모 투자협력으로 회사의 시가총액이 5000억 원으로 뛸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이 문자메시지 때문인지 해당 주식의 주가는 이날 12.39% 올랐다. 또 며칠 뒤 12일에는 주가가 9480원으로 오르며 연중 최고가를 찍었다. 하지만 기다렸던 ‘메가톤급 호재’는 없었다. 이내 주가는 추락했다. 13일 주가는 10.34% 떨어졌고, 14일에는 17.88% 급락했다.

최근 개인투자자(개미)를 현혹하는 허위 종목 추천 문자메시지가 극성이다. 부동산 시장의 불법 임시 중개업소와 같은 일종의 주식 ‘떴다방’이다. 목표주가를 한참 올려 잡은 과장된 투자 정보나, 글로벌 금융회사의 투자나 대형 사업 수주 등 허위 정보를 담은 스팸 문자메시지를 대량으로 발송해 매수를 유도하고 주가를 띄우는 식이다. 이들 종목의 주가는 반짝 상승세를 보인 뒤 급락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허위 종목 추천 문자메시지와 관련해 사이버 경고(Cyber Alert)가 내려진 5개 종목의 28일 주가는 연중 고점보다 평균 44.34%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목 추천 문자메시지의 내용은 투자 정보에 목마른 개미들을 홀리기에 충분하다.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은 채 주가가 급등할 만한 대형 호재가 곧 발표될 거라며 투자자를 현혹했다.

‘전 세계 최초로 NASA와 수소에너지 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했다’거나 ‘글로벌 금융회사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받는다’는 허위 정보도 담겼다. 현재 주가가 4000원대인 종목의 목표주가를 2만 원대까지 올려 잡으며 과장하는 경우도 있었다. 남찬우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본부 투자자보호부장은 “대형 호재라고 한 내용들은 모두 허위”라고 밝혔다. ‘리치클럽’이나 ‘섀도 투자단’, ‘VVIP 투자정보’ 등의 이름을 달고 일부 투자자에게만 보내는 고급 정보인 것처럼 꾸미기도 했다.

그러나 먹잇감이 된 종목들의 주가는 결국 반 토막이 났다. 거래소가 사이버 경고를 내린 5개 종목의 주가는 대부분 문자메시지가 퍼진 시점에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유입되며 반짝 올랐다가 급전직하로 폭락하는 흐름을 보였다. 에스마크는 문자메시지가 극성을 부린 5월 10일 3160원으로 연중 최고가를 보였지만, 이달 28일 주가는 1090원으로 고점 대비 65.51%가 떨어졌다. 결국 허위 문자메시지에 흔들린 개미들만 고스란히 피해를 입었다.

이에 따라 특정 세력이 시세 조종을 목적으로 허위 문자메시지를 살포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의 공시에 따르면 이 중 일부 종목은 공교롭게도 허위 문자메시지가 퍼지고 주가가 급등하자마자 일부 대주주나 기업 내부자들이 주식을 팔아치웠다.

이런 문자메시지의 대상이 된 종목들은 대체로 재무상태가 불량하고, 주가가 싸다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거래소가 사이버 경고를 내린 5개 종목 중 필룩스를 제외하고는 모두 2015년 이후 영업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문자메시지가 살포된 4월부터 조사에 착수했지만 아직까지 누가 어떤 목적으로 문자를 보냈는지 밝히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발신번호를 매번 바꿔가며 구체적인 허위 정보는 빼고 두루뭉술하게 종목을 추천하는 식으로 교묘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박은석 금융감독원 자본시장조사국장은 “해당 종목들의 주가 흐름과 이 과정에서 불공정 거래가 있었는지 등 사법적 판단에 필요한 확실한 혐의 사실을 밝혀야 해 조사가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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