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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트렌드/장선희]‘포기세대’와 ‘혼족’의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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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트렌드/장선희]‘포기세대’와 ‘혼족’의 이면

장선희 문화부 기자 입력 2017-08-28 03:00수정 2017-08-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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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술’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혼술남녀’. tvN 방송화면 캡처
장선희 문화부 기자
“목동 산다고? 양치기 소녀네∼ 메에에에에에.”

한때 인터넷에서 유명했던 ‘연애 고수’가 누리꾼에게 알려준 연애의 기술이다.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났을 때 연락처를 확보한 뒤 저런 문자메시지로 호감을 사라는 조언인데, 취지와 달리 꽤나 조롱을 받았다. ‘저렇게 유치한 문자에는 절대 답장 안 할 것’ ‘연애의 기본도 모르는 조언’이라는 반응이 잇따른 탓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 ‘절박한’ 뭇 싱글 남녀의 반응들이 눈에 띄었으니. “배워서라도 사랑 좀 해보겠다는 간절함을 알아?” “25년 모태솔로다. 이렇게라도 제발 연애 좀 하고 싶다.” 누가 이들을 3포, N포 따위의 ‘포기 세대’라 칭했던가.

여름철이면 극장가에 내걸리는 공포영화에는 제작 국적을 넘어 겹치는 공식이 있다. ‘인간관계’에 서툰 외톨이 캐릭터가 하나씩 등장한다는 것. 한국 공포영화의 원조격인 ‘여고괴담’ 시리즈만 봐도 따돌림 당하던 여학생이 한을 품은 것이 화근이다. 얼마 전 북미 지역에서 개봉한 공포영화 ‘폴라로이드’에서도 외톨이 고등학생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공포영화의 주 소비층인 10, 20대 젊은이에게 이런 소재가 어필하는 데는 그만큼 외톨이라는 단어가 주는 심리적인 공포감이 한몫했을 것이다.


“인간관계가 너무 힘들어요.” 최근 한 TV프로그램에서 인기 아이돌 가수는 자신의 요즘 가장 큰 고민이 이렇다고 털어놨다. 그의 고민을 듣던 또래 출연진들은 ‘인맥 빨래’ ‘인맥 다이어트’란 단어를 써가며 불필요하게 느껴지는 관계를 정리했다는 저마다의 경험담을 덧붙였다. 인맥 관리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필수 기술처럼 여겨지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인맥 거지가 돼라’거나 심지어 ‘인맥 커팅(인맥을 과감하게 잘라내는 것)을 하라’는 조언이 넘쳐난다. 이런 현상에 ‘혼밥’ ‘혼술’부터 ‘혼영(혼자 영화보기)’ 등 혼자 열풍까지 더해지니 요즘 사람들은 누군가와 관계 맺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모르고 사는 게 바빠 그런 쪽으로는 의지가 없다는 분석이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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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서점을 가 봐도 인간관계의 비결을 다룬 책이 자주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인간관계에 대한 양질의 조언을 담은 책은 꾸준히 사람들의 선택을 받는다. 요즘 세대가 모든 관계를 포기한 것처럼 여겨지지만 다른 사람과의 제대로 된 관계에 목마른 이들 역시 많다는 증거다. ‘인간관계가 힘들다’던 가수의 본심도 결국 ‘인간관계를 더 잘하고 싶지만 방법을 몰라 힘들다’ 정도가 아니었을까.

30대 초반의 일본 만화가 요시노 사쓰키가 쓴 만화 ‘바라카몬’에는 인간관계에 도통 젬병인 천재 서예가 한다 세이슈란 인물이 등장한다. 도쿄에 살던 그는 어쩌다 섬마을로 이사를 가는데 그곳에서 진짜 혼자가 된 뒤 비로소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흥미로운 건 이 만화책이 특히 젊은 세대 사이에서 ‘힐링물’이라는 평가까지 받으며 공감을 얻고 있다는 거다.

‘혼족’이 열풍이라지만 이것도 한때 아닐까 생각해본다. 방법을 몰라 단지 주춤거리는 시기일 뿐 만화 속 한다처럼 돌고 돌아 결국은 함께 먹는 밥, 누군가와 무언가를 함께하는 시간이 그리워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 ‘N포 세대’를 다룬 기사에 달린 “우리는 아무것도 포기한 적이 없다”는 댓글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장선희 문화부 기자 sun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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