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배드민턴 로봇, 정확하고 재빠르게 셔틀콕 받아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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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봇 개발 글로벌 경쟁]세계1위 질주 中의 ‘로봇 굴기’

배드민턴 라켓으로 서브를 넣자 상대가 재빠르게 움직여 셔틀콕을 받아냈다. 셔틀콕은 완벽한 포물선을 그리며 네트를 넘어왔다. 25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세계 로봇 콘퍼런스 현장. 취재진과 배드민턴을 친 상대는 사람이 아니라 인공지능(AI) 로봇이었다. 로봇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라켓으로 셔틀콕을 받아내자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직장인 자오샤오팡(趙小方·24) 씨는 “셔틀콕의 움직임을 정확히 포착해 낙하지점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너무 신기하다”며 놀라워했다. 류자퉁(劉家桐·23) 씨는 “보기만 하고 같이 놀 수 없는 로봇과 달리 사람과 소통한다는 점에서 특별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 로봇을 개발한 상하이허푸(上海荷福)인공지능과학기술유한공사의 푸젠(복健) 부사장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사람의 움직임과 사물의 궤적을 포착해 이동하는 배드민턴 로봇 기술을 활용하면 집안일을 돕는 파트너형 로봇을 개발할 수 있다”며 “로봇에 부착된 동작인식 카메라는 안전사고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관심을 반영한 듯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이 로봇과 배드민턴을 치는 장면도 전시돼 있었다.

베이징시와 공업정보화부 주최로 23∼27일 열린 콘퍼런스는 전 세계 150여 로봇기업과 300여 AI 전문가 및 기관이 참여해 최신 기술을 선보였다. 해파리가 물속에서 헤엄치는 움직임을 그대로 재현해 공중을 날아다니는 바이오닉(생체) 로봇은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농구 슛동작을 재현한 야오밍(중국의 유명 농구선수) 로봇과 피아노 치며 노래 부르는 로봇 앞에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사람이 바둑돌을 대신 놓아줘야 하는 알파고와 달리 직접 바둑판에 돌을 놓아 바둑을 두는 로봇도 관심을 끌었다. 뇌파 신호와 안구 움직임을 이용해 조종하는 휠체어는 노인과 장애인을 위해 설계됐다. 박람회 기간에 청소년 로봇 경기도 열려 12개국 2600명이 참가했다고 중국중앙(CC)TV가 전했다. 창(常)모 씨는 “중국에선 아이들이 로봇을 이용해 레고를 조립하는 방법을 배우는 학원도 등장했다”고 말했다.

콘퍼런스에서는 중국 로봇산업 시장의 최신 상황도 공개됐다. 올해 중국의 로봇시장 규모는 62억8000만 달러(약 7조775억 원)로 세계 시장(233억 달러)의 27%에 이른다.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다. 2012년 이후 5년간 성장률 역시 중국이 평균 28%로 세계 성장 속도를(17%) 크게 앞질렀다. 2020년까지 중국의 공업로봇 규모는 58억9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2025년까지 로봇 등 첨단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하겠다”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공언이 ‘로봇 굴기’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로봇 혁명이 중국의 경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중국 내 공장의 로봇 자동화 정도는 노동자 1만 명당 로봇 50대로 세계 평균(75대)에 뒤처져 있다. 노동집약적 제조업이 여전히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자동화는 양날의 칼”이라며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지만 소득불평등 문제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로봇을 내세운 자녀 교육 과열도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징지(經濟)일보는 “영어도 모르는 6세 아이들에게 영어 컴퓨터 자판을 두드려 로봇을 조작하는 법을 가르치는 학원이 늘고 있다”며 “이는 사기”라고 비판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정동연 채널A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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