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안철수 대표’도 국민의당도 마지막 기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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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국민의당 전당대회에서 안철수 전 대선 후보가 새 대표로 선출됐다. 절반을 약간 넘는 득표율(51.1%)을 올려 가까스로 결선투표는 면할 수 있었다. 5·9대선 패배 이후 110일 만의 정치 일선 복귀다. 안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광야에서 쓰러져 죽을 수 있다는 결연한 심정으로 제2창당, 단단하고 선명한 대안 야당의 길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는 대표 출마 선언 당시 대선 패배, 문준용 씨 제보 조작 파문으로 은퇴 압박까지 받았다. 그럼에도 다시 대표로 선출된 것은 마땅한 대안 인물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호남인사 중용, 5·18민주화운동 재평가 등 문재인 대통령의 ‘호남 껴안기’가 거듭될수록 호남을 정치적 기반으로 한 국민의당은 존재감을 주지 못하고 지지율은 곤두박질했다. ‘제3당’을 기치로 창당했지만 정부여당과 연대하지도, 맞서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행보로 더불어민주당 일각으로부터 “어차피 없어질 당”이라는 말까지 듣는 상황이다. 이런 위기감 속에 치러진 전당대회에서 정동영, 천정배 등 낡은 이미지의 정치인들이 ‘개혁’을 들고 나오니 마음 둘 곳 없는 당심(黨心)이 ‘중도’를 표방한 안철수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준 것이다.

안 대표가 시급히 해야 할 일은 본인이 제시한 ‘실천적 중도개혁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다. 당선 직후 그는 “배타적 좌측 진영이나 수구적 우측 진영에 매몰되지 않겠다”며 민생과 국익만을 판단 기준으로 삼겠다고 다짐했다. 대안 정당으로서의 역할을 확실히 하지 못한다면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민심의 외면을 받을 것이다.

안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오만과 독선’을 비판하며 “싸우겠다”는 표현을 11번이나 썼다. ‘선명 야당’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싸우는 야당만 자임해서는 국민이 바라는 방향과는 거꾸로 갈 수 있다. 창당 당시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라고 강조했던 것처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부터 일관되고 분명한 지향점을 보여줘야 한다.

여전히 국민은 정치가 양극단으로 흐르기보다는 다당(多黨)제 아래 중도 정당이 균형을 잡아주길 바란다. 인물, 정책, 비전 등 모든 면에서 차별성을 보여줘야 한다. 이제 안철수는 신선하지 않다. ‘화난 전교 1등’ 같은 이미지로 정부여당의 실정(失政)에 대한 반사이익만 기대하거나 호남당에 머무른다면 당은 물론이고 안 대표에게도 두 번째 기회는 없을 것이다.
#안철수#국민의당#실천적 중도개혁정당#화난 전교 1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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