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료 멋대로 올려…40만명,100억 더 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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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24개社 감리결과 발표
표준화前 상품, 보장률 낮은데 더 내… 10곳은 손해율 비해 너무 많이 올려
내년부터 ‘표준화前 상품’ 15% 인하

2008년부터 9년간 40만6000명의 실손의료보험 가입자들이 내지 않아도 될 보험료를 100억 원 이상 부당하게 낸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이 부당하게 걷은 보험료를 가입자들에게 돌려주고, 내년부터는 문제가 된 보험료를 인하 또는 동결하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27일 금융감독원은 2008년 5월 이후 판매된 실손보험 상품에 대한 감리 결과를 이같이 발표했다. 실손보험은 가입자가 3000만 명이 넘어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릴 정도로 실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하지만 2015년 10월 금융당국이 ‘보험 가격 자율화’ 조치를 시행한 뒤 보험료가 지난해 18.4%, 올해 12.4% 뛰면서 소비자 불만이 컸다.

○ 보장률 낮은데 보험료는 61% 비싸

금감원은 24개 보험사를 대상으로 실손보험료를 적정하게 산출했는지 점검했다. 그 결과 보장률이 낮은데도 보험료를 비싸게 책정하거나, 손해율이 낮은데도 보험료를 올린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급준비금과 보험료 산출 시점을 다르게 적용하거나 회사에 유리한 모델로 보험료를 매기기도 했다. 사업비를 부풀려 책정하는 보험사들의 고질적 사례도 발견됐다.

60세 남성 A 씨는 2008년 12월 실손보험에 가입했다. 보장 항목에 대해 진료비의 80%까지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었다. A 씨가 매달 낸 보험료는 2만9681원. 그런데 2009년 12월 동갑인 B 씨가 가입한 실손보험은 보장률이 90%인데 보험료는 월 1만8456원에 그쳤다. A 씨가 가입한 보험의 보장률이 낮았는데도 보험료는 오히려 비쌌다.

이런 사례는 9개 보험사에서 발견됐다. 일부 가입자에 대해 보장률이 낮은데도 더 비싼 보험료를 물리고 있었던 것이다. 과거 들쭉날쭉했던 실손보험 보장률이 2009년 10월 ‘실손의료보험 표준화 조치’에 따라 90%로 맞춰졌는데, 과거에 판매됐던 상품들이 사실상 방치되면서 ‘저보장 고보험료’ 실손보험에 가입한 사람들은 수년간 손해를 봤다. 이런 오래된 실손보험에는 주로 60세 이상 가입자가 많았다.

금감원은 문제가 된 표준화 이전 실손보험 약 5만 건에 대해 내년 보험료를 올해보다 약 15% 낮추도록 조치할 방침이다.

○ 노후실손보험료 과다 인상으로 빈축

보험사 10곳은 노후실손보험 상품의 손해율이 70%대인데도 지난해부터 꾸준히 보험료를 인상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손해율이 100%에 못 미친다는 것은 가입자가 낸 보험료보다 보험사가 돌려주는 보험금이 적어 보험사가 그만큼 이익을 누린다는 뜻이다.

보험사들은 2014년 8월부터 판매한 노후실손보험 상품을 주 타깃으로 삼았다. 이 상품은 가입자 부담률이 30%로 일반 실손보험(10∼20%)보다 높아 최근 3년간 손해율이 70∼76%에 그쳤다. 그런데도 보험사들은 노후실손보험료를 올해 10.7% 올렸다.

보험료를 책정할 때 보험사들이 유리하도록 보험료 계산 방식을 부당하게 적용하는 고질병도 여전했다. C보험사는 고의적으로 인상률이 높게 나오도록 보험료 계산 모형을 채택해 보험료 인상폭을 부풀렸다. 이런 식으로 과다 상승 보험료가 적용된 실손보험이 약 33만 건에 달했다.

이 밖에 모집인 수수료, 광고 등에 들어가는 비용인 부가보험료를 업계 평균인 30% 이상으로, 때로는 40% 이상으로 과다하게 책정한 경우가 있었다. 부가보험료를 높게 책정하면 보험료는 오르는데 보험금으로 돌아오는 것은 제자리라 가입자들에게 손해를 끼칠 수 있다.

금감원은 문제가 된 실손보험의 보험료를 인하 및 동결시키고, 보험사들이 부당 행위를 하는지 감시할 계획이다. 권순찬 금감원 부원장보는 “보험사들에 3주 정도 소명할 여유를 준 뒤 이번에 문제가 된 보험사와 계약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권 부원장보는 또 “부당하게 걷은 보험료는 환급을 권고하고, 보험사가 권고를 거부하면 현장 검사를 통해 금융위원회에 시정 요구를 건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유현 yhkang@donga.com·송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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