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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 4세대, 3개월마다 강제출국 방랑자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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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 4세대, 3개월마다 강제출국 방랑자 신세”

이형주 기자 입력 2017-08-28 03:00수정 2017-08-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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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 강제이주 80주년 기념사업… 9월 2일 광주 문화전당에서 열려
광주 정착 고려인 4000여명 추정… 가족과 생이별하는 법개정 촉구할 듯
다음 달 광주에서 고려인 강제이주 80주년 기념사업이 펼쳐진다. 이를 통해 고려인 후손의 안정적인 국내 정착을 지원할 제도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고려인 강제이주 8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다음 달 2일 문화전당에서 학술대회를 연다고 27일 밝혔다. 고려인은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두만강 북방 연해주로 이주한 한인들로, 1937년 당시 소련 정부에 의해 1만5000km 떨어진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됐다.

고려인마을 상임이사 홍인화 씨(54·여)는 학술대회에서 ‘광주 고려인동포의 현황 및 대책’이라는 논문을 발표한다. 홍 씨가 저술한 논문에 따르면 김모 씨(20·여) 등 고려인 4세대 청년 3명은 90일마다 한 번씩 우즈베키스탄 등으로 출국했다가 다시 광주로 돌아오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 장기체류 조건이 아니라는 이유로 단기방문비자를 받았기 때문이다. 고려인 후손이라는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다른 외국인과 똑같은 규정을 적용받는다.


가족이 광주에 살고 있는 김 씨 등은 장래 준비보다 항공료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며 불안한 생활을 하고 있다. 한 청년의 부모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에게 관련법 개정을 호소하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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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 광주에 정착을 시작한 고려인은 현재 1087가구 4001명으로 추정된다. 이들 4001명은 광산구 월곡·산정·우산·송정동에 살고 있다. 성인 3524명의 직업은 제조업 1789명, 일용직 1605명으로 대부분 근로자였다. 나머지 아동·청소년 477명은 어린이집, 초중고교를 다니고 있다.

고려인들이 광주에 빠르게 정착한 것은 자원봉사자들의 활동과 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 설립을 중심으로 어린이집, 지역아동센터, 청소년문화센터, 상담소, 쉼터 등 각종 지원시설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또 중도 입국 자녀들을 위한 다문화 대안학교인 새날학교가 운영되고 협동조합, 미디어센터 등도 활성화돼 있다.

이들 고려인 4001명의 체류 형태는 방문취업 2858명, 재외동포 510명, 방문취업·재외동포 자녀 477명, 관광·유학생 체류 등 기타 156명이었다. 재외동포법에 따라 고려인 상당수는 방문취업비자로 한국에 들어와 최장 5년마다 강제 출국되고 있다. 일부는 전문직에 진출해 영구 거주가 가능한 재외동포 자격을 획득하고 있다.

고려인 4세대부터는 방문취업·재외동포 자격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고려인 4세대 아동·청소년은 자녀 자격으로 국내 체류가 가능하지만 20세 성인이 되면 90일짜리 단기방문자격만 주어진다.

홍 씨는 “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고려인마을 아동·청소년 477명은 20년 내에 90일마다 강제 출국되는 방랑자가 될 처지”라며 “고려인 4세대에게 부모와 동일한 재외동포 자격 등을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인진 고려대 교수는 ‘한국의 이민과 이민자통합정책: 현황과 쟁점’을, 곽재석 한국이주동포정책개발연구원장은 ‘국내 거주 외국국적 동포의 지원정책과 귀환법’을 주제로 고려인 법적 지위와 4세대 체류 완화 등을 촉구할 예정이다.

문화전당에서는 다음 달 2일 오후 8시 ‘나는 고려인이다’라는 주제의 퍼포먼스 공연이 열린다. 출연자와 스태프 200명이 5개월 동안 준비한 공연은 고려인의 방랑과 정착을 그린다. 또 이날부터 같은 달 30일까지 문화전당에서 고려인 강제이주 80주년 기념 유물전시회가 진행된다.

박용수 기념사업 추진위원장은 “잃어버린 고려인들의 역사와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해 80주년 기념사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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