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파워기업]인공지능 활용한 특수 오디오 제품으로 세계 정상 ‘노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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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울산 싸이언

소음과 진동 관련 측정 장비와 소프트웨어 연구 개발 회사인 울산 남구 무거동 ㈜싸이언 직원들이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인공지능(AI)으로 불필요한 소음을 제거하는 3차원 입체 음향 오디오도 개발하고 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소음과 진동 관련 측정 장비와 소프트웨어 연구 개발 회사인 울산 남구 무거동 ㈜싸이언 직원들이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인공지능(AI)으로 불필요한 소음을 제거하는 3차원 입체 음향 오디오도 개발하고 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울산 남구 무거동 신복로터리 인근의 ㈜싸이언은 소음과 진동 관련 측정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연구 개발한다. 4층짜리 회사 건물 바로 앞으로는 고가도로가 지난다. ‘소음이 심한 곳에서 소음·진동 장비를 제대로 개발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품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사무실에서 이윤숙 대표(56·여)와 이 대표의 남편이자 회사 기술자문인 울산대 공대 이장명 교수(기계공학부장)의 설명을 듣고서야 그런 생각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싸이언은 1999년 5월 이 교수가 세운 ‘교수 창업’ 기업이다. 이 교수는 한양대 공대 기계과를 졸업하고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음향 진동 관련 세계적 석학이다. 1995년 울산대 교수로 부임한 뒤 음향과 소음을 활용한 계측장비 연구 개발을 계속했다. 그는 ‘흡음(吸音)·차음(遮音·소리 차단) 시료분석 장비’를 부임 후 처음으로 개발했다. 재료의 흡음과 차음 성능을 측정 분석해 음향특성이 좋은 재료를 개발하는 데 사용한다. 이후 국내 대부분의 재료 음향특성 측정 관련 공인기관은 이 교수가 개발한 이 장비를 사용한다. 국제표준화기구(ISO)도 이 장비로 표준화 기준을 만들었을 정도다. 이 교수는 이를 기반으로 싸이언을 창업했다.

기업 경영도 중요하지만 수업과 연구 개발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부인을 대표로 영입한 것은 바로 그런 까닭이다. 이 대표도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에서 음악학 석사학위를 받고 울산대 음대 강사로 일했다. 남편은 기계공학, 부인은 음악을 전공했지만 모두 음향(소리)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전까지 기계 고장은 주로 진동의 차이를 통해 진단했다. 기계에서 나오는 소리와 주변 소리를 분리해내는 기술력이 부족해 음향을 통한 진단 방법은 사용하지 못했다. 싸이언은 기계음과 주변음을 구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교수는 “음의 색깔을 분리해서 기계 고장의 유형을 분석하기 때문에 진동에 의한 방법보다 정밀도가 훨씬 높다”고 말했다.

싸이언은 복잡한 기계의 불량을 검출하는 장치와 흡·차음 성능 테스트 장치 특허를 갖고 있다. 특허기술을 적용해 보일러튜브 이상 징후 조기경보시스템, 환경소음모니터링시스템을 비롯한 7개 장비를 만들었다. 이 제품들은 당진화력본부와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 현대중공업, 포스코가 쓰고 있다. 일본에도 수출한다. 최근 울산시의 ‘2017 스타 벤처기업’으로 뽑히는 데 ‘일등공신’이었다.

싸이언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디지털 특수 오디오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불필요한 주변 소음을 차단하고 필요한 소리만 전달해주는 특수 오디오다. 전기 및 무인 자동차의 핵심 부품이 될 이 오디오는 2년 내 상품화할 계획이다. 현재 이 같은 기능을 갖춘 오디오 시스템을 포스코가 설치하고 있다. 제철소 근로자가 안내방송을 제대로 듣지 못해 발생할지 모르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스피커 소리가 뚜렷하게 전달되는 이 시스템은 내년 하반기에 설비 완료된다.

싸이언은 직원이 10명에 불과하지만 연매출액은 20억 원에 이른다. 특수 오디오 상품화와 음향, 진동 관련 측정 장비 업그레이드를 통해 2∼3년 내 세계적인 회사로 우뚝 선다는 게 이 대표의 포부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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