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자’가 쏘아올린 작은 공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8월 28일 06시 57분


영화 ‘옥자’. 사진제공|넷플릭스
영화 ‘옥자’. 사진제공|넷플릭스
멀티플렉스 상영 거부 속 32만 관객 동원
스크린 중심 영화 생태계 변화 논의 확산


영화 ‘옥자’가 사실상 종영 분위기에 접어들었다. 6월29일 전국 100여개 상영관에서 개봉한 ‘옥자’는 26일 현재 전국 5개 스크린에서 상영되면 두 달여 만에 막을 내릴 전망이다.
‘옥자’는 미국 동영상 스트리밍업체 넷플릭스가 600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제작비를 전액 투자해 만든 영화. 넷플릭스의 플랫폼 공개를 전제해 CJ CGV 등 국내 대기업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들은 “극장 개봉 및 상영 뒤 일정기간(홀드백)이 지나 온라인 등 부가시장으로 가는 유통질서를 해칠 우려가 크다”며 상영을 거부했다. 그럼에도 영화는 다소 작은 규모의 극장에서 개봉해 전국 32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넷플릭스 역시 상당한 신규 이용자를 끌어 모았다. 한 편의 영화 혹은 콘텐츠가 지닌 힘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셈이다.

● ‘옥자’를 살려낸 주역들의 성과

‘옥자’는 강원도 산골소녀 미자와 거대동물 옥자의 모험과 우정, 사랑을 그린 영화. 그들 사이에 다국적기업의 탐욕스러움이 끼어드는 이야기를 통해 연출자 봉준호 감독은 “자연과 생명, 자본주의의 관계”를 말했다.

영화는 5월 제70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평가가 다소 엇갈렸다. 틸다 스윈튼, 제이크 질렌할 등 해외 스타들과 변희봉, 안서현 등이 호흡을 맞춘 영화는 안서현이라는 새 얼굴을 알리는 무대가 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살아 숨쉬는 듯한 옥자의 크리처를 생생하게 구현해냄으로써 ‘괴물’에 이은 봉준호 감독의 재능이 또 한 번 인정받았다.

국내 개봉 전 칸의 호평과 봉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 영화는 넷플릭스의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 190여개국과 함께 한국과 미국, 영국에서 제한적이지만 극장에서도 개봉했다. 그 직전 칸에서는 공개 방식을 둘러싸고 프랑스 극장가와 마찰을 빚기도 했다. 영화제 기간에도 이와 관련해 논란과 화제를 몰고 다녔다.

● ‘옥자’가 몰고 온 파장 그리고 남긴 것

이는 6월 국내에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CJ CGV 등이 상영을 거부하는 등 논란 속에서 “스크린 독과점의 주범”인 대기업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의 ‘밥그릇 지키기’라는 주장과, 스크린이라는 전통적이고 고유한 영역을 빼앗길 수 없다는 주장이 맞붙었다.

그 사이 ‘옥자’는 상영관 확보 경쟁이 치열한 여름시즌 그 영향을 비교적 덜 받는 상영관을 유지하는 역설적 상황에서 32만여명의 관객을 불러 모았다. 넷플릭스 역시 한국의 신규 이용자를 가시적인 증가세로 확보했다.

배급사 NEW의 양지혜 팀장은 “좋은 콘텐츠를 수용하는 방식과 그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좋은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찾아가 보는 수용자가 있음을 극장 상영을 통해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언제 어떤 방식이 될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지만 극장 재개봉 여부도 고민 중이다”고 덧붙였다.

봉준호 감독은 ‘옥자’가 “스트리밍 영화와 극장 영화에 대한 업계의 규칙을 세부적으로 다루고 정비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상황은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의 상영 거부 논란에만 그치고 말았다. 유통방식과 관련한 영화의 ‘미래’에 관한 본격적인 논의는 아직 쉽지 않아 보인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스크린 중심의 전통적인 영화 유통방식에 관한 논의를 확장하느냐, 아니냐의 문제이다”면서 “영화계뿐 아니라 그런 발전적 논의를 이끄는 언론 등 각 부문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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