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기고]서해바다 ‘주꾸미 일병’ 구하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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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석 해양수산부 차관

‘명태·동태·노가리·황태·북어….’ 무려 28가지 다른 이름을 지닌 국민 생선 ‘명태’, 아이들 간식에서 어른들의 술안주까지 다양한 자리에서 사랑받는 ‘쥐치’, 영양만점 보양수산물로 꼽히는 ‘주꾸미’까지… 맛좋은 수산물이라는 점 외에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안타깝게도 우리바다에서 이미 사라졌거나 사라지는 과정에 있는 어종들이다.

한자어로 구부린다는 뜻의 ‘준(준)’자를 써서 준어(준魚), 속명은 죽금어(竹今魚)라고 불리는 주꾸미는 보릿고개 시절 해안가 사람들에게 구황식품의 역할을 했으나 요즘에는 그 맛과 영양가치를 인정받아 ‘없어서 못 먹을 정도’로 인기가 높은 수산물이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높아진 인기 덕에, 앞으로 우리 바다에서 난 주꾸미를 쉽게 맛보지 못하게 될 위기에 놓였다. 10년 전인 1998년만 해도 연간 8000t에 달하던 연근해 주꾸미 어획량은 이제 4분의 1 수준인 2000t으로 감소하였다.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꼽히는데, 가장 중요한 이유는 산란기인 4월에서 6월 직전 시기에 ‘알배기 주꾸미’ 잡기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8월에서 10월에는 주꾸미 낚시가 성행하기 때문이다.

주꾸미는 한번에 200∼300개의 알을 조개껍데기 등 오목한 틈에 낳는데, 이러한 습성을 이용하여 빈 소라껍데기 등을 엮어 만든 장치로 부화 장소를 찾는 어미 주꾸미를 유인해 잡는다. 알배기 주꾸미는 봄철을 대표하는 미식으로 인기가 높고 가격도 비싸 매년 주꾸미를 잡는 사람 수가 늘어만 가니, 알 밴 주꾸미가 무사히 산란장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운 좋게 잡히지 않은 어미가 낳은 알에서 부화된 어린 주꾸미들도 제대로 어른 주꾸미로 자라나기가 어렵다. 바로 8월 초부터 시작되는 주꾸미 낚시 때문이다. 주꾸미 낚시는 초보자도 몇백 마리씩 낚아낼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여겨져 최근 낚시객들 사이에 붐을 일으키고 있다. 이때 그야말로 엄지손톱만 한 10∼20g 무게의 어린 주꾸미들이 잡힌다. 알을 낳기 직전의 어미나 아직 제대로 자라지도 못한 어린 주꾸미들이 무더기로 잡히니, 최근 서해의 주꾸미 수가 급감한 것은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해양수산부는 주꾸미가 명태와 쥐치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산란기 및 어린 주꾸미 어획을 제한하기 위해 ‘수산자원관리법’ 시행령상 ‘주꾸미 금어기(5.11∼8.31)’ 조항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달 말 입법예고를 거쳐 올해 말까지 개정을 완료할 계획이며, 규정 신설로 인한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민들에게 주꾸미 금어기의 필요성과 변경되는 사항을 적극 홍보할 예정이다.

앞으로 금어기가 설정되면 이 기간 동안 어업인은 물론 낚시객의 주꾸미 포획도 금지된다. 알배기 주꾸미를 팔아 소득을 얻던 어민들과 주꾸미 낚시를 즐기던 낚시객들의 아쉬움이 크겠지만, 지금은 모두가 함께 주꾸미 자원 보호에 노력해야 할 시점이다. 더 큰 이익을 위해 작은 아쉬움을 감수한다는 ‘사소취대(捨小取大)’라는 말처럼, 그간 항상 우리의 식탁을 풍성하게 해 주고 어민들의 귀중한 소득원이 되어 주었던 주꾸미를 앞으로도 우리 바다에서 계속 만날 수 있도록 모두 함께 ‘서해바다 주꾸미 구하기’에 동참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강준석 해양수산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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