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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사회서 상처받은 이들 자발적 실종을 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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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사회서 상처받은 이들 자발적 실종을 택하다

김정은기자 입력 2017-08-26 03:00수정 2017-08-26 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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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증발/레나 모제, 스테판 르멜 지음·이주영 옮김/256쪽·1만5000원·책세상
일본 사회에서는 매년 10만여 명이 실종된다. 자발적으로 ‘증발인생’을 선택하는 사람들이다. 1989년 도쿄 주식의 급락을 시작으로 부동산 가격의 폭락, 경기 침체, 디플레이션이 이어진 ‘잃어버린 10년’이 이런 현상을 부추기는 촉매제가 됐다. 증발인생을 선택한 사람들은 빚, 파산, 이혼, 실직 등 각종 실패에서 오는 수치심과 괴로움을 견디지 못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자신의 사회적 신분을 숨긴 채 외진 시골이나 원전 사고가 터진 후쿠시마 지역 등에서 숨어 사는 행태를 보인다.

프랑스 저널리스트인 아내와 사진작가인 남편이 2008년 우연히 증발하는 일본인이 상당히 많다는 뉴스를 접한 후 흥미를 느껴 직접 일본으로 날아갔다. 증발인생을 선택한 사람들과 그들의 가족들을 대면 인터뷰하며 5년간 심층 취재한 내용을 책으로 엮었다. 이들의 삶을 통해 일본 사회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난다.

잘나가는 자산관리사의 삶을 살다 잘못된 투자로 고객 돈 4억 엔을 날린 뒤 도망친 사람, 병든 어머니를 모텔에 버리고 현실 도피한 남자, 부모의 가정폭력에서 벗어나고자 가출해 수십 년을 서류상 죽은 사람으로 살아온 사람, 갑자기 사라진 막내아들이 북한에 납치됐다고 10년간 믿고 사는 가족…. 저자가 만난 이런 ‘증발인간’ 덕분에 일본 사회에선 야반도주를 돕거나 가짜 신분을 만들어주는 업체까지 생겨날 정도다. 저자는 증발현상 이면에는 일본인 특유의 정서가 깔려 있다고 분석한다. 체면을 중시해 타인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매우 문제시하는 사회적 정서다. 저자는 일본인들은 실패, 수치심, 거절을 견디는 힘이 유독 약하다고 평가하며 타인보다는 자기 자신을 괴롭히는 성향이 짙다고 분석한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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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증발#레나 모제#스테판 르멜#일본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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