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영웅 옆에 선 ‘영웅 기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올림픽 제패 손기정 선수 일장기 지운 이길용 前동아일보 기자 흉상 제막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을 제패한 손기정 선생(1912∼2002)의 가슴에서 일장기를 지워 없앤 이길용 기자(1899∼?)의 흉상 제막식이 25일 서울 중구 손기정체육공원에서 열렸다. 꼭 81년 전인 1936년 8월 25일자 동아일보 2면에 일장기를 지워 없앤 손기정 선생의 시상식 사진이 실렸다. 이 일로 동아일보는 무기정간을 당했고, 이길용 기자는 옥고를 치렀다. 이길용 기자의 흉상은 공원 내 손기정기념관 제2전시실의 ‘일장기 말소 사건’ 코너에 자리 잡았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을 제패한 손기정 선생(1912∼2002)의 가슴에서 일장기를 지워 없앤 이길용 기자(1899∼?) 흉상이 손기정기념관에 세워졌다.

한국체육언론인회(회장 이종세)와 한국체육기자연맹(회장 정희돈)은 25일 서울 중구 손기정체육공원에서 이길용 기자 흉상 제막식을 열었다. 이날은 동아일보 사회부 체육주임이던 이길용 기자가 주도한 ‘일장기 말소 사건’이 있은 지 81년이 되는 날이었다.

흉상 제막식이 열린 공원 내 손기정기념관 앞에서 50m가량 떨어진 곳에는 손기정 선생의 전신 동상이 늠름하게 서 있다. 양손으로 투구를 들고 서 있는 손기정 선생의 동상 가슴에는 태극기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81년 전 이길용 기자가 일장기를 지워 없앤 자리에 새겨 넣지 못했던 그 태극기다.

손기정 선생의 외손자인 이준승 손기정기념재단 사무총장은 “이길용 기자를 할아버지와 함께 모실 수 있게 됐다. 좋은 인연이라는 게 이런 경우를 얘기하는 것 같다. 시간이 아무리 많이 지나도 이렇게 또 만나고 다시 이어지게 된다. 이길용 기자의 저항정신이 앞으로도 잘 기억될 수 있도록 흉상을 잘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일장기 말소 사건’을 주도한 이길용 기자 흉상 제막식이 25일 서울 중구 손기정체육공원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이종세 
한국체육언론인회 회장, 김성호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직무대행, 배호원 대한육상연맹 회장,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김성태 손기정기념재단 이사장, 장충식 단국대 이사장(이길용 기자 기념사업회 이사장), 김신일 전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박상하 국제정구연맹 회장.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일장기 말소 사건’을 주도한 이길용 기자 흉상 제막식이 25일 서울 중구 손기정체육공원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이종세 한국체육언론인회 회장, 김성호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직무대행, 배호원 대한육상연맹 회장,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김성태 손기정기념재단 이사장, 장충식 단국대 이사장(이길용 기자 기념사업회 이사장), 김신일 전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박상하 국제정구연맹 회장.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이길용 기자의 흉상은 손기정기념관 1층 제2전시실의 ‘일장기 말소사건’ 코너에 놓일 예정이다. 중견 조각가 이용철 작가가 완성한 이길용 기자의 흉상은 높이 88cm, 가로 65cm, 세로 35cm이다. 이 작가는 “처음 작업 제안을 받은 뒤 조건을 따지지 않고 수락했다. 이길용 기자의 정신을 알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흉상 제막식에 앞서 손기정기념관에서는 ‘이길용 기자의 스포츠와 시대정신’을 주제로 한 포럼이 열렸다. 포럼 발제자로 나선 김광희 한국체육언론인회 고문은 “‘민족의 표현기관으로 자임함’이라는 동아일보 사시(社是)를 관철하기 위해 이길용 기자는 일장기를 말소했고 이를 통해 민족의 울분과 일제의 만행을 폭로했다”며 “그는 단순한 기자가 아니라 독립투사이자 의사(義士)이다”라고 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손기정 선수#이길용 기자#흉상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