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인권침해 증거 수집 시급한데… 정부 무관심 큰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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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곤 김앤장 국제법연구소장

‘사법 한류 1세대’ 권오곤 김앤장 국제법연구소장(전 유고슬라비아 국제형사재판소 재판관)이 23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북한 인권 문제와 국내에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약자들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김 소장은 25, 26일 아시아국제법학회 제6차 총회에서 국제인권의 중요성을 논한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사법 한류 1세대’ 권오곤 김앤장 국제법연구소장(전 유고슬라비아 국제형사재판소 재판관)이 23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북한 인권 문제와 국내에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약자들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김 소장은 25, 26일 아시아국제법학회 제6차 총회에서 국제인권의 중요성을 논한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김정은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는 것보다 북한의 인권 침해 증거를 차곡차곡 모으는 게 더 시급합니다.”

권오곤 김앤장 국제법연구소장(전 유고슬라비아 국제형사재판소 재판관·64)은 23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가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ICC에 기소되면 우리 대통령과 만나 대화할 수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당장 기소를 논하기보다 통일된 뒤 기소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중요한 증거들을 모아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고슬라비아 국제형사재판소에서 '인종학살' 주범을 재판할 때 증거가 없어 난감해하다 결국 도청 자료에서 단서를 찾았던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다.

권 소장은 북한 인권 침해 조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납북자 귀환에 정부가 무심한 점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법무부는 북한 인권 침해 기록을 관리하기 위해 '북한인권 법률자문단'을 올해 4월 구성했지만 이후 회의를 한 번도 열지 않았고 법무부 인권국장 자리도 여전히 공석"이라며 "북한 주민 인권을 개선하는 방법을 강구하고 전쟁포로와 같은 납북자 문제도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 소장은 한국인 최초로 15년간(2001∼2016년) 유고슬라비아 국제형사재판소 재판관 및 부소장으로 일한 ‘사법 한류 1세대’다. 한국법학원장, 법무부 ‘북한인권 법률자문단’ 위원장, 대법원 형사사법발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국제무대에서 체득한 경험과 지혜를 국내 사법제도 발전을 위해 전수하고 있다. 25, 26일에는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아시아국제법학회 제6차 총회’에서 아시아 50개국의 국제법 전문가 500여 명과 함께 국제법의 중요성을 논한다. 북한 인권을 아우르는 국제인권법도 토론 주제 중 하나다.

권 소장은 국내 피고인의 인권, 난민의 인권 등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에 지나치게 무딘 한국 형사사법제도의 문제점도 꼬집었다.

“형사소송법과 헌법을 배운 사람이라면 ‘99명을 놓치더라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게 해야 한다’는 점을 잘 알 겁니다. 하지만 우린 본말이 전도됐어요.”

형사사법제도가 사람을 위해 존재해야 하지만 현실에선 약자를 제대로 보호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인권단체와 학계에서는 한국이 난민 불법체류자 등 사회적 약자와 피고인에게 법의 잣대를 지나칠 정도로 엄격하게 들이댄다고 비판한다.

권 소장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법무부의 탈(脫)검찰화에 동의한다”며 “법무부에는 출입국관리, 교정(矯正) 등 엄청나게 중요한 일이 많으니 이 분야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입국관리 같은 분야는 검찰이 돌아가며 맡지 말고 외부 전문가가 맡아야 한다”고도 했다.

권 소장은 대법원이 형사사법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구성한 형사사법발전위원회 활동을 지난달 마쳤다. 그는 1년간 활동하면서 피고인의 인권을 고려한 다양한 제도를 제안했다. 국제 재판을 하며 국내에 부족하다고 느꼈던 점들이다.

“우리나라도 피고인이 보석제도를 활발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고쳐야 합니다. 구속 기간은 현재 6개월인데 검찰 의견만 듣고 짧은 기간에 결론을 내면 ‘졸속 재판’이 될 수 있어요. 구속 기간을 늘리는 게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는 방법일 수 있습니다.”

권 소장이 역설한 인권은 국내 학계에서도 소외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는 “로스쿨 설립이 성급하게 추진돼서인지 로스쿨에서 국제법 등 다양한 학문이 소외돼 있다”며 “예비 법조인들이 다양한 학문을 이해하도록 로스쿨 및 변호사 시험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권오곤 김앤장 국제법연구소장#북한#김정은#북한 인권 침해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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