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생리대 전수조사 검토… ‘릴리안’ 생산 중단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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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제조업체 5곳 현장조사 돌입

“생리대 부작용 원인 밝혀주세요” 24일 서울 중구 환경재단에서 여성환경연대가 일회용 생리대의 부작용 원인 규명과 안전성 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생리대 부작용 원인 밝혀주세요” 24일 서울 중구 환경재단에서 여성환경연대가 일회용 생리대의 부작용 원인 규명과 안전성 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부작용 논란에 휩싸인 ‘릴리안 생리대’의 판매와 유통이 모두 중단됐다. 정부는 즉각 5개 주요 생리대 제조업체에 대한 현장조사에 들어갔고, 생리대 전수조사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소비자는 자궁근종 같은 심각한 생식기 질환을 호소하며 집단소송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번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생활용품업체 ‘깨끗한나라’는 24일 릴리안 생리대 전 제품의 판매와 생산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전날 환불 조치에 나선 지 하루 만이다. 릴리안은 유한킴벌리의 화이트·좋은느낌, LG유니참의 바디피트·쏘피한결에 이어 업계 3위다. 저렴한 가격과 깨끗한 이미지를 앞세워 인기를 끌었지만 지난해부터 릴리안을 사용한 뒤 생리불순과 자궁질환을 겪었다는 부작용 사례가 쏟아지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올 3월에는 시민단체 여성환경연대가 생리대의 접착제 부분에서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VOCs는 벤젠, 톨루엔같이 끓는점이 낮아 대기 중으로 쉽게 증발하는 액체·기체상 화합물로 미세먼지를 만드는 전구물질(어떤 화합물을 합성하는 데 필요한 물질)로 알려져 있다.

여성환경연대는 이날 생리대 피해자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즉각적인 조사를 촉구했다. 행사에 참석한 한 20대 여성은 “2014년부터 올해 8월까지 3년간 릴리안 중·대형, 오버나이트, 팬티라이너를 써왔다”며 “생리를 2, 3주에 한 번 하다가 3개월에 한 번 하기도 하는 등 생리주기의 개념이 없어졌다”고 호소했다. 여성환경연대는 21∼23일 사흘간 릴리안 피해 사례를 모집한 결과 총 3009명이 직접적인 피해를 호소했다고 밝혔다. 피해 사례 집계에 따르면 3명 중 2명 이상이 릴리안 사용 후 생리 기간이 줄었다. 절반 이상은 염증이 심해졌고 비슷한 수가 이미 병원 진료를 받았다. 일부는 자궁근종 등 심각한 생식기 질환까지 생겼다.

여성환경연대와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릴리안뿐 아니라 모든 일회용 생리대의 유해화학물질을 전수조사해야 한다”며 “현행 생리대 허가기준뿐 아니라 VOCs, 생식·발달독성, 피부 알레르기 물질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릴리안 피해 여성들의 사례를 접수해 건강역학조사를 실시하라”고 주장했다. 포털 사이트에 개설된 ‘릴리안 소송 준비모임 카페’에는 사흘 만에 회원 수가 1만 명을 넘어섰다.

정부는 주요 생리대 제조업체 5곳에 대한 현장조사에 들어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생리대 전수조사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는 저소득층 생리대 지원사업에 쓰인 릴리안 제품 7만 개를 환불 및 교환토록 조치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종일 면생리대나 생리컵 같은 일회용 생리대 대체재를 찾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깨끗한나라에서 생산하는 기저귀 같은 제품의 안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4일까지 사흘간 인터넷 포털의 한 유명 육아카페에는 깨끗한나라의 제품인 기저귀 ‘보솜이’에 대한 질문이 50개 이상 올라왔다. ‘아기 엉덩이에 발진이 있었는데 생리대와 같은 물질 때문 아니냐’고 하는 등 부모들은 불안한 기색이었다.

이에 깨끗한나라 측은 ““보솜이 기저귀 및 물티슈 전 제품은 엄격한 관리 감독하에 안전하게 생산하고 있다”며 “일부 소비자들의 의견과 보솜이 제품은 무관하다”는 해명 글을 자사 홈페이지에 올렸다.

이미지 image@donga.com·정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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