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룰로 싸우는 맥그리거에 베팅 러시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8월 25일 05시 45분


메이웨더-맥그리거(오른쪽).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메이웨더-맥그리거(오른쪽).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맥그리거는 킥도 그래플링도 할 수 없다”
타이슨 등 전문가들 메이웨더 완승 예상
“가벼운 8온스 글러브가 ‘잭팟‘ 부를 수도”
격투기 팬들은 맥그리거 KO펀치에 베팅


무패 복서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40·미국)와 종합격투기(MMA) 최고스타 코너 맥그리거(29·아일랜드)가 8월 27일(한국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T-모바일 아레나에서 복싱 룰로 12라운드 맞대결을 펼친다.

49전 49승(26KO)을 기록한 뒤 은퇴를 선언했다가 다시 링에 오로는 메이웨더와 종합격투기 UFC 라이트급·페더급 2체급 챔피언인 현역 맥그리거(UFC전적 21승3패)의 격돌은 지금 전 세계 호사가들의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1976년 6월 26일 복싱 세계챔피언 무하마드 알리와 프로레슬러 안토니오 이노키의 맞대결이‘세기의 대결’로 불리며 화제를 모은 이후 가장 전 세계인들이 관심을 갖는 이종 스포츠간의 맞대결이다.

메이웨더.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메이웨더.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세기의 대결, 역대 최고의 돈 잔치

세기의 대결은 사소한 말다툼에서 시작됐다. 메이워더와 맥그리거는 실력만큼이나 입이 험한 ‘트래시토커’로 유명하다. 맥그리거는 2년 전부터 언론과의 인터뷰 때마다 “종합격투기 룰도 붙으면 메이웨더를 30초 안에 끝낼 수 있다”며 도발했다. 메이워더가 2015년 매니 파퀴아오와의 빅매치에서 12라운드 판정승을 거두자 “어느 누가 1억8000만 달러(약2000억원)를 받고 링에서 춤추는 일을 즐기지 않겠느냐”며 독설을 날렸다.

메이웨더는 이런 맥그리거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대중의 관심을 받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며 애써 무시했지만, 2015년 9월 은퇴를 선언한 이후 “내가 다시 복귀한다면 상대는 무조건 맥그리거가 될 것이다”며 의미심장한 복선을 남겼다. 둘의 말다툼은 차츰 대중의 관심을 끌어내면서 결국 복싱과 MMA가 만나는 ‘제2차 세기의 대결’을 만들어냈다.

서로 다른 종목의 싸움이기에 통일규칙이 필요했다. 대결은 복싱 룰로 펼쳐진다. 규정대로라면 두 사람은 10온스(약283.5g)의 글러브를 껴야하지만 이번 경기에 한해서만 8온스(약226.8g)의 글러브가 사용된다.

글러브가 가벼울수록 선수가 받는 충격이 심하다. 자신에게 유리한 권투 룰로 경기가 진행되는 메이웨더가 글러브를 양보했다. 파괴력에 장점이 있는 맥그리거에게 유리하다. 그렇게 해도 자신이 있다는 메이웨더의 결정이 어떤 결과를 만들지 궁금하다.

대중의 관심이 몰리는 곳에는 여지없이 돈 잔치가 펼쳐진다. AP통신에 따르면 메이웨더는 대전료로 2억 달러(약2264억원), 맥그리거는 1억 달러(약1132억원)를 받는다. 경기를 생중계하는 미국 케이블채널 쇼타임은 집에서 경기를 TV로 지켜보는 페이퍼뷰(PPV)가격을 89.95달러(약10만원)로 책정했다. PPV 역대 최고수준이다.

경기 관람티켓도 비싸다. 메이웨더의 프로모션 측에 따르면 8월 15일 티켓판매액이 6000만 달러(약683억원)를 돌파했다. 가장 저렴한 입장권은 2500달러(약283만원)다. 링사이드 좌석 입장권은 1만 달러(약1140만원)다.

맥그리거.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맥그리거.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승리 예상은 메이웨더, 베팅은 맥그리거?

전문가들은 메이웨더의 승리를 예상한다. 맥그리거가 어릴 때 복싱을 배웠지만 복싱 룰로 경기를 해본 경험이 적기 때문이다. 전 헤비급챔피언 레녹스 루이스(52·영국)는 “메이웨더가 UFC파이터와 싸운다. 복서와의 대결이 아니다. 49차례의 경기에서 누구도 메이웨더를 꺾지 못했는데 복싱 경력이 없는 UFC 파이터가 복싱으로 메이웨더를 이긴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웃기는 이야기”라고 했다.

‘핵주먹’으로 유명한 복싱의 전설 마이크 타이슨(51·미국) 역시 메이웨더의 승리를 예상했다. “맥그리거가 킥도 그래플링도 할 수 없다. 오로지 펀치로 싸워야 한다. 그럼 당연히 메이웨더가 유리하다. 맥그리거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도 있다”며 메이웨더의 완승을 예상했다.

국내 권투전문가나 역대 챔피언들도 모두 비슷한 견해다.

맥그리거는 UFC에서 타격기술이 좋은 선수로 유명했다. 특히 왼손 스트레이트의 위력이 상당했다. 다만 이는 로우킥과 함께 했을 때 더 큰 효과가 있었다. 오로지 복싱 기술로만 상대하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메이웨더는 권투 역사상 가장 수비를 잘하는 선수다. 극강의 스피드와 파워를 가진 매니 파퀴아오(39·필리핀)도 메이웨더의 수비를 뚫고 펀치를 명중시키지 못했다. 그래서 두 사람의 경기는 기대에 못 미친 졸전이 됐다.

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맥그리거는 자신감이 넘친다. “그동안 상대들이 메이웨더를 존경했기 때문에 두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나는 그렇지 않다. 메이웨더의 뼈를 으스러뜨릴 수 있다”며 승리를 자신했다. 메이웨더는 “맥그리거의 강펀치가 두렵냐고? 왜? 나에게 닿지도 않을텐데∼”라며 여유 있게 대응했다. 결국 메이웨더의 다양한 수비기술을 뚫고 맥그리거가 5회 이전에 얼마나 치명적인 펀치를 꽂느냐가 승패의 관건이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그래서 메이웨더의 승리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베팅 업체의 판단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해외 베팅 전문업체 bwin은 메이웨더의 승리에 1.29배, 맥그리거에게는 3.5배의 배당률을 걸었다.

그러나 팬들은 젊은 맥그리거에게 돈을 걸고 있다. 일반 복서들과는 다른 방향으로 경기를 풀어갈 것이기 때문에 이변도 가능하다고 믿는다. 맥그리거가 이기면 챙길 금액이 많아진다는 속셈도 있다. 이 때문에 만일 맥그리거가 이기면 도박회사가 파산할 수도 있다는 말도 나온다.

‘세기의 대결’승자를 위한 특별한 챔피언벨트도 마련됐다.

마우리시오 슐레이만 세계복싱평의회(WBC)회장은 8월 24일 T-모바일 아레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수많은 보석이 박힌 벨트를 공개했다. 3360개의 다이아몬드, 600개의 사파이어, 300개의 에메랄드가 박힌 벨트다. 메이웨더가 50번째 경기마저도 이기고 전무후무한 무패의 기록으로 전설의 명성을 이어갈지 아니면 맥그리거가 이변을 일으키며 보석벨트의 주인공이 될지.

지금 전세계 스포츠팬들은 이들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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