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ECH]‘디젤 게이트’ 그후 2년… 자동차 시장 구매 트렌드 변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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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판매 70% 이르던 디젤차, 지난달 40% 초반까지 추락
하이브리드 앞세운 일본차 급성장… 국산 가솔린SUV 구매 늘어

디젤자동차가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몰리면서 하이브리드나 가솔린 엔진을 단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이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왼쪽 위에서 시계방향으로 하이브리드 자동차인 렉서스ES 300h와 BMW5시리즈의 가솔린모델인 530i, 가솔린SUV인 ‘2018년형 올뉴 쏘렌토’.
출산을 준비 중인 곽모 씨(28·여) 부부는 올해 출시된 기아자동차의 ‘2018년형 올뉴 쏘렌토’ 가솔린 모델을 최근 계약했다. 주변에서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무조건 디젤 아니야? 가솔린은 기름을 엄청 먹을 텐데…”라며 만류했다. 하지만 ‘디젤 게이트’ 논란 이후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부정적인 이미지의 디젤차량은 구매가 망설여졌다. 가솔린 모델 연료소비효율(연비)은 L당 9.6km로 디젤(13.1km)에는 못 미치지만 차량가격은 100만 원 이상 쌌다. 장거리 운전을 할 일이 별로 없는 부부의 주말용 차로는 경제적으로도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했다.

기아차 딜러는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 승차감이나 환경 문제로 SUV를 구매할 때도 디젤 대신 가솔린 모델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많아져 가솔린SUV가 점차 늘고 있다”고 말했다.

수년간 한국시장에서 급격히 점유율을 늘려갔던 디젤차량의 입지가 급격히 좁아지고 있다. 독일 브랜드가 몰고 온 디젤 열풍이 폴크스바겐 디젤 게이트 이후 소비자로부터 점차 멀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친환경 트렌드에 민감한 소비자들의 구매성향 변화와 장점으로 부각되던 연비 역시 생각보다 경제적이지 않다는 분위기도 한 몫을 하고 있다.

2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2015년 수입차 시장에서 연간 70%에 이르던 디젤차량의 판매는 지난달 월간 기준 40% 초반까지 떨어졌다. 반면 가솔린 차량의 판매는 같은 기간 20%포인트 늘어난 45%에 이른다. 하이브리드 차량 역시 처음으로 올 6월 10%를 넘어섰다. 디젤에 치중됐던 수입차 시장이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시장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독일차에 밀려 수년간 판매량이 저조했던 일본 회사의 차량 역시 하이브리드를 중심으로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도요타 등 일본 업체의 차량은 2015년 수입차 시장 점유율이 10%까지 떨어졌다가 올 7월에는 22%를 넘어섰다. 하이브리드차는 엔진과 전기모터를 함께 장착해 연비를 높이고 유해가스를 적게 배출한다. 친환경과 연비 모두 일정 수준 만족시키는 방식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해 국내에서 디젤차량 붐을 일으킨 독일 업체인 BMW의 고객들도 최근 가솔린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특히 다른 사람의 이목이나 트렌드를 중시하는 수입차 고객들 사이에서는 디젤차량을 타는 것이 마치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고 보는 분위기다.

최근 독일계 디젤차량에서 가솔린차량으로 차를 바꾼 박모 씨는 “디젤차의 성능이 크게 개선됐지만 여전히 외부 소음이나 진동은 가솔린 차량보다 떨어지는 데다 주행거리가 많지 않은 이상 기름값을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도 크지 않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사실상 전무했던 가솔린 SUV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전통적으로 SUV 소비자들은 힘과 연비가 좋은 디젤엔진을 선호해왔다. 하지만 도심 위주의 주행이 많고 패밀리카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진동이 적어 정숙성이 좋은 가솔린 SUV가 대안이 되고 있다.

특히 최근 출시된 가솔린 터보 엔진을 탑재한 SUV는 기존의 디젤 모델에 비해 힘이 부족하지도 않다. 연비가 디젤에는 미치지 못해도 기존보다는 크게 향상됐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중형 SUV 싼타페와 쏘렌토의 가솔린 모델을 연이어 선보였다. 대형 SUV인 모하비를 제외한 투싼, 스포티지, 싼타페, 쏘렌토, 맥스크루즈 등에 모두 가솔린 라인업을 구축하게 됐다.

디젤차량을 꺼리는 분위기는 한국뿐만이 아니다. 유럽 각국에서는 환경규제를 강화하면서 디젤차량은 물론 더 나아가 가솔린차량 역시 2020년대 후반부터 점차 판매를 금지하는 분위기다. 디젤차의 본고장인 독일에서도 지방정부들이 잇따라 디젤차 운행 금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디젤엔진에 강점이 있는 폴크스바겐과 아우디 브랜드의 국내 판매가 재개되면 디젤차가 다시 예전 점유율을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도 유럽에 맞춰 디젤차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강력한 힘을 내는 디젤차 특유의 운전 감성을 선호하는 고객들이 있어 판매량이 지금보다 더 급격히 줄지는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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