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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의사 부족과 싸우는 외상센터… 9곳중 전담의 20명 채운곳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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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의사 부족과 싸우는 외상센터… 9곳중 전담의 20명 채운곳 ‘0’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입력 2017-08-24 03:00수정 2017-08-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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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대병원 외상센터 의료진이 3월에 열린 ‘미군 전시 대량사상자 후송 훈련’에서 전투 중 부상당한 것으로 가정하고 이송된 군인을 진료실로 옮기고 있다. 아주대병원 제공
최근 늦은 밤 술을 마시고 귀가하던 김모 씨(30)는 길을 가다가 부딪친 사람과 싸움이 붙었다. 급기야 상대방은 칼을 꺼내 김 씨의 심장 부위를 찔렀다. 쓰러진 김 씨는 급히 인근의 A대병원 외상센터로 이송됐다. 쏟아진 피가 심장 주위를 압박해 심장이 멈춘 급박한 상황이었다. 그날 마침 외상센터엔 심장 담당 흉부외과 의사가 당직을 선 덕분에 김 씨는 곧바로 수술을 받을 수 있었고 목숨을 건졌다.

외상센터 관계자는 “인력이 모자라 흉부외과 전문의 중 심장 담당과 폐 담당이 돌아가며 당직을 서는데, 마침 그날은 심장 담당 전문의였다”며 “환자가 정말 운이 좋았다. 사실 병원으로선 정말 아찔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부상자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사투를 벌여야 하는 권역외상센터가 심각한 인력난과 싸우고 있다. 높은 업무 강도로 전담 전문의 인력을 제대로 갖춘 센터가 단 한 곳도 없는 실정이다. 권역외상센터는 교통사고, 추락 등으로 인한 다발성 골절, 출혈 환자를 병원 도착 즉시 치료할 수 있도록 한 외상 전용 전문치료기관이다. 가천대길병원, 단국대병원, 목포한국병원, 원주기독병원, 부산대병원, 아주대병원, 울산대병원, 을지대병원, 전남대병원 등 9곳이 운영 중이다.


23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권역외상센터 현황에 따르면 을지대병원의 전담 전문의 인력은 8명에 불과하다. 외상센터는 최소 20명의 전담 전문의를 둬야 한다. 단국대병원과 전남대병원도 전담 전문의가 각각 11명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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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단국대병원 아주대병원 울산대병원 전남대병원 등 4곳은 외상센터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흉부외과 의사가 1명에 불과했다. 단국대병원에는 신경외과 의사도 1명뿐이었다. 가천대길병원 목포한국병원 부산대병원은 전담 전문의가 18명으로 다른 외상센터에 비해 많은 인력을 확보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기준치에는 못 미쳤다.

부산대병원은 외상센터 중 가장 많은 130병상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중증외상 환자를 900명이나 치료했다. 아주대병원은 두 번째로 많은 100병상을 갖고 있다. 나머지 센터는 모두 외상 중환자실 병상 20개와 외상 입원실 병상 40개 등 모두 60개 병상을 두고 있다. 전담 전문의를 20명 두게 한 건 병상을 제대로 운영하기 위한 최소 인원이 20명이라는 판단에서다. 을지대병원은 전담 전문의가 부족하다 보니 다른 병동에서 파견한 지원 전문의가 외상센터 당직을 대신 맡고 있다.

이진석 국립중앙의료원 외상센터 부센터장은 “지원 전문의는 본인이 다음 날 외래나 수술이 잡힌 경우가 많아 외상 진료에 적극적이지 않다”며 “외상센터 내 부족한 인력을 겨우 메워 주는 정도”라고 말했다.

높은 업무 강도에 비해 충분한 대우를 받지 못해 이직하거나 외상 진료를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보통 한 달에 8∼10일 정도 당직을 서야 하고, 당직 다음 날에도 출근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박찬용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 부센터장은 “정부가 전담 전문의들에게 매달 1000만 원을 지원한다지만 이 중 100만 원을 교육비로 떼고 세금을 제하면 월 실수령액은 500만∼600만 원 수준”이라며 “정부 지원금도 5년간 한시적이어서 지원이 끊기면 외상센터를 유지할 수나 있을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간호사나 보조 인력의 이직이 잦은 것도 문제. 이국종 아주대병원 외과 교수는 “간호사 1명이 중증 환자 1명을 돌봐야 정상인데 한국은 통상 병원마다 간호사 1명이 중증 환자 2, 3명을 돌본다”며 “업무 강도가 높아 간호사 이직률이 30∼40%나 될 정도”라고 했다. 이어 “의료진에 대한 재정 지원뿐 아니라 간호사 인력 확충에도 정부가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정부 지원금은 5년마다 갱신되는 응급의료기금에서 나오는 것이어서 5년 뒤에 지원이 끊기는 것이 아니다”며 “현재 외상 관련 수가를 분석하고 있어 그 결과에 따라 수가를 더 인상할 수도 있다. 외상 외과 전문의도 꾸준히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외상센터#의사#전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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