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고위급 대화채널 작동 안해… 정치-안보 영역 전략적 신뢰 부족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전문가들이 보는 양국관계 현주소

“중국과 한국의 민의(民意)는 문화와 무역 분야에서 서로에 대한 호감도가 비교적 높다. 하지만 안보 정치 영역에서는 아직 중한(한중) 간에 유용한 상호작용이 없다.”

중국의 공공외교 전문가인 저우칭안(周慶安) 칭화(淸華)대 뉴스미디어학원 부원장은 한중 수교 25주년(24일)을 맞아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면서 이렇게 지적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둘러싼 갈등도 양국의 안보 불신이 낳은 결과라고 진단했다. 그는 관영 중국중앙(CC)TV 평론가로도 활동해 왔다.

저우 교수는 “양국 교류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회복될 것이고 특히 무역, 민간 분야에서 정상으로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사드 문제로 발생한 한중 간 전략적 불신은 (앞으로도 양국의) 결정적인 안보 문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중 관계가 25년 역사를 맞았지만 “여전히 (안보 문제의) 심층에서 전략적 신뢰가 부족하다”는 얘기다.

그는 “양국이 사드 문제에 대해 직접 교류하고 심도 있게 논의하는 모습이 부족했다. (그보다는 이 문제에 대해) 각자 설명하는 것이 훨씬 많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양국 간 안보 대화 증진을 통한 전략적 이해와 신뢰 관계 수립”을 한중 관계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로 제시했다.

실제 양국은 외교 군사 안보 경제 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고위급 대화 채널이 전무하다. 외교 당국자도 “수교 25주년을 맞아 사드 갈등 등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새로운 관계로 양국 관계를 리셋하기 위해서는 고위급 전략대화 채널 개설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2013년 합의된 한중 간 고위 전략대화 채널은 그해 11월 김장수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양제츠(楊潔지)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한국에서 만나 딱 한 번 가동된 이후 유명무실한 상태다. 한 당국자는 “중국이 부정적이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4개월이 지나도록 주중 대사를 임명하지 못하면서 박근혜 정부가 임명한 김장수 현 대사는 사실상 ‘휴업’ 상태다. 김 대사는 이달 초 24일 한중 수교 25주년 행사 전 교체를 원했으나 청와대와 외교부는 그 전까지 새 대사 임명이 불가능하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핵 문제를 포함해 한중 양국의 전략적 이견에 대해 깊이 소통하면서 갈등을 관리할 대화 채널은 지금껏 거의 없었다. 양국이 수교 뒤 쌓아온 25년간의 교류 성과를 무색하게 한 사드 갈등은 전략적 오해와 불신이 계속되며 한중 간 오판이 누적된 결과라고 당국자와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한중#문재인 정부#양국관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