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올 신생아 첫 30만 명대, 그동안 124조 어디 썼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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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에 태어난 신생아 수가 2만89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2.2% 감소했다고 통계청이 어제 발표했다. 6월까지 7개월 연속으로 전년 동월 대비 출생아가 두 자릿수 감소를 보인 것이다. 이대로 가면 올해 태어나는 신생아 수가 처음으로 30만 명대로 떨어질 것이 확실하다고 한다. 인구학처럼 미래를 정확하게 내다볼 수 있는 학문은 없다는 말이 있다. 인구절벽의 위험한 그림자가 한국에 드리워졌다.

정부는 2002년 한 해 신생아 수가 40만 명대로 급감하자 2006년부터 지금까지 3차에 걸친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수립해 집행하고 있다. 1차 계획(2006∼2010년)에 19조7000억 원, 2차 계획(2011∼2015년)에 60조5000억 원을 각각 들였다. 올해로 2년째인 3차 계획에는 44조 원이 들어가 저출산 관련 예산만 124조 원이 넘게 쓰였다. 이렇게 막대한 돈이 들어갔지만 합계출산율은 작년에 1.17명으로 떨어졌고 올해는 1.12명으로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1, 2차 계획 예산 중 무려 75%에 이르는 돈이 보육 지원에 들어갔다. 그런데 엄마들 10명 중 8명은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어린이집이 없다고 비판한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가.

1차 계획 때부터 벌써 청년들의 취업률과 결혼율이 떨어졌지만, 정부는 간과했다. 젊은이들의 일자리와 주거에도 신경 써야 결혼과 출산이 늘어날 텐데 정작 필요한 부문에 선택과 집중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해외 취업 촉진에 700억 원 가까운 예산을 투입하면서 저출산 대책이라고 포장하는 일까지 있었다. 부처별로 90개가 넘는 저출산 정책이 따로따로 집행되거나 무늬만 저출산 대책이 되면서 세금을 허투루 쓴 것이다.

정부는 5년 안에 출산율을 1.4명으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내년 7월부터는 0∼5세 아동이 있는 집에 월 10만 원의 아동수당을 지급한다. 이 돈이 출산을 결심하는 데 얼마나 큰 동기부여가 되겠는가. 그런데 여기에만 연간 2조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한정된 예산을 출산 효과가 높은 부문을 골라 집중 투입하는 대책을 이제라도 찾아야 한다.
#신생아#저출산 예산#취업#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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