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구렁이 케이로스, 속 보이는 ‘연막작전’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8월 24일 05시 45분


이란 케이로스 감독.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이란 케이로스 감독.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SNS에 28일 이후 한국전 명단 확정 언급
대표팀 퇴출명령 쇼자에이 합류 시간벌기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百戰百勝)이라고 했다.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이긴다는 병법의 진리는 결국 자신을 가다듬고 발전시키는 것에 안주하지 않고, 상대의 전력과 전술을 세밀하게 파악해야 승산이 높아진다는 뜻으로 귀결된다. 그래서 승장의 기본 조건으로 관찰과 준비를 든다.

2018러시아월드컵 본선 직행을 향해 출발한 대표팀은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본격적인 지기(知己)에 나섰다. 신태용(47) 감독의 지휘아래 조기 소집된 17명의 태극전사들이 운명의 대결을 정성껏 대비하고 있다.

한국의 본선행 열쇠를 쥔 이란은 어떻게 이번 경기를 대비하고 있을까.

정보가 많지 않은 가운데 다행스럽게도 이란 사령탑 카를로스 케이로스(64·포르투갈)의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란의 준비과정을 엿볼 수 있다. 케이로스 감독은 8월 19일(한국시간)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한국전 청사진을 공개했다. 요점은 해외파들의 리그 일정을 고려해 28일 이후 최종명단을 확정하겠다는 것이었다.

언뜻 보기에 ‘만만디 전략’으로 비칠 수 있다. 국가대표팀의 수장이 공식루트가 아닌 개인 SNS를 통해 향후일정을 느닷없이 공개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의도가 숨어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우선 뜨거운 감자 마수드 쇼자에이(33)와 에흐산 하지사피(27)의 엔트리 포함 여부다. 파니오니오스FC(그리스) 동료인 이들은 8월 3일 이란의 적국인 이스라엘 클럽팀(마카비 텔 아비브)과 경기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이란 정부로부터 대표팀 퇴출 명령을 받은 상태다. ‘강성’으로 통하는 케이로스 감독이 정부 뜻대로 이들을 배제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따라서 둘의 합류를 위해 최종엔트리 발표를 최대한 늦추고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또 하나는 상대국 한국에 쉽사리 패를 꺼내 보여주지 않으려는 의도다.

이란은 아시아 최종예선 A조 1위로 러시아행을 확정했지만, 남은 경기 역시 최선을 다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국내입국 일정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이란 선수단은 26일 한국을 찾은 뒤 다음날부터 나흘간 국내훈련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보다 빠른 입국을 통해 현지적응을 일찌감치 마치겠다는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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