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테러조직 피난처 좌시안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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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美위협 땐 군사개입 시사
파키스탄, 탈레반 본거지 중 하나…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통제 안해
美, 中영향력 확대 견제 포석도

“우리의 새로운 전략의 한 축은 파키스탄에 대한 접근법을 바꾸는 것이다. 더 이상 파키스탄이 테러 조직들의 피난처(safe havens)가 되는 것을 조용히 지켜보지 않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 9시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포트마이어 기지에서 ‘아프간 전쟁’과 관련된 적극적인 개입을 선언하면서 파키스탄에 대해서도 분명한 경고 메시지를 전달했다. 파키스탄은 ‘탈레반’의 본거지 중 하나로 꼽힐 만큼 이슬람 극단주의 이념 및 세력 확산에 큰 역할을 해왔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는 파키스탄이 미국에 위협이 될 경우 군사 개입도 검토할 수 있다는 점을 내비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947년 인도와 함께 영국에서 독립한 파키스탄은 오래전부터 탈레반 등 극단주의 세력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파키스탄 정보부(ISI)는 1979년 구소련이 아프간을 침공했을 때 소련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해 ‘무자헤딘(소련과의 전쟁에 나선 아프간과 파키스탄 이슬람 전사)’을 지원하며 극단주의 세력을 양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이 과정에서 파키스탄에서는 뿌리 깊은 극단주의 세력이 형성됐고, 이들과 ISI 간의 깊은 네트워크도 구축됐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ISI는 쿠데타가 자주 발생했고, 리더십이 불안정한 파키스탄 중앙정부 안의 가장 강력한 ‘딥 스테이트(deep state·숨은 권력집단)’”라며 “파키스탄의 극단주의 세력은 ISI와 관계가 깊고, 은신과 도피가 쉬운 아프간과의 국경지역에서 주로 활동해 척결이 어렵다”고 말했다.

소련이 아프간에서 철수한 뒤에는 ISI가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들을 인도와의 카슈미르 분쟁에도 활용했다. 김찬완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인도·아세안학과)는 “카슈미르 분쟁에서 파키스탄의 극단주의자들이 ‘크로스 보더(cross border·국경을 넘나드는) 테러’를 감행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ISI가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경우 1990년대 초·중반까지는 파키스탄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나타내지는 않았다. 하지만 인도가 경제대국으로 부상하고 협력이 강화되면서 미국은 인도 중심 시각으로 서남아를 바라보기 시작했고 파키스탄에 불만이 쌓여갔다.

특히 2011년 9·11테러를 주도한 국제테러 조직 알카에다의 리더 오사마 빈라덴을 아프간과 파키스탄의 탈레반이 지원한 게 드러나면서 미국의 ‘반(反)파키스탄’ 행보도 분명해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파키스탄에 적대적 인식을 드러낸 배경에는 이 지역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의식했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은 2015년 4월 파키스탄 과다르 항구의 이용권을 확보했고, 최근에도 550억 달러(약 62조4000억 원)를 투자했다. 미국이 계속 파키스탄을 압박할 경우 서남아에선 ‘미국과 인도’ 대 ‘중국과 파키스탄’ 구도가 더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22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파키스탄은 테러와의 전쟁에 앞장섰고, 큰 희생과 기여를 했다”며 파키스탄을 두둔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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