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김변호사의 쉬운 법이야기]계약은 지켜야 할 약속, 함부로 깨서는 안돼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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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는 분이 억울하고 화가 난 상태로 찾아왔습니다. 살던 집의 계약 기간이 끝나가 이사 갈 집을 물색하고 있었는데, 아이들이 다닐 학교도 가깝고 전세금도 적당한 곳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임대 기간 2년, 임대 보증금 1억 원에 월세는 100만 원이고 계약금 1000만 원은 계약 당일 지급하기로 약정했답니다. 그런데 계약 당일 공교롭게도 수중에 현금 500만 원밖에 없었고, 어린 자녀들 건사하면서 계약하러 가는 통에 시간이 다급해 은행에 들르지 못한 채로 계약을 체결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사정으로 그 자리에서는 우선 수중에 있는 500만 원만 곧바로 지급하고, 나머지 500만 원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은행에 들러 송금하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은행에 들러 송금하려던 찰라 집 주인이 아무런 이유도 설명해 주지 않은 채 임대차계약을 파기하겠다면서 받았던 500만 원을 돌려주었다는 겁니다.

나머지 계약금을 송금하려던 순간 계약이 일방적으로 파기되자 그야말로 갑질 중의 갑질을 당한 것 같은 억울함, 그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북새통 같은 시간을 보냈는데 결과적으로는 또다시 이사 갈 집을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에 속이 꽤 상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법적으로 접근하면 그 지인이 느꼈을 억울함은 어느 정도 풀 수 있습니다.

계약은 양 당사자의 합의가 있으면 성립하므로 임대차계약의 경우 중요 사항인 ‘임대목적물’과 ‘임대기간’, ‘보증금’ 및 ‘월세’ 등에 대해 합의가 이루어지면 이미 계약은 성립한 것입니다. 이렇게 유효하게 성립한 계약은 원칙적으로 지켜져야 하고, 중도금(중도금 약정이 없는 경우 잔금)이 지급되기 전까지는 계약금에 의한 해제(해약금 해제)가 가능할 뿐입니다. 계약금에 의한 해제는 계약금을 준 임차인 측에서 계약을 해제하려면 계약금을 포기하여야 하고, 계약금을 받은 임대인(집주인을 말합니다) 측에서 계약을 해제하려면 약정된 계약금의 2배를 상환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인의 사연은 보증금 1억 원 중 계약금은 1000만 원이고 잔금 9000만 원이 지급되기 이전이므로 당사자 누구나 계약금에 의한 계약 해제는 가능한 상태입니다. 문제는 계약금의 일부인 500만 원만 지급된 경우 임대인이 계약을 해제하기 위해 반환하여야 하는 것이 약정된 계약금 1000만 원의 2배인지, 500만 원의 2배인지입니다.

대법원은 계약금 일부만 지급된 경우 실제로 받은 계약금의 2배만 상환하여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면 당사자가 일정한 금액을 계약금으로 정한 의사에 반하고 받은 금액이 적을 경우 사실상 계약을 자유롭게 해제할 수 있어 계약의 구속력이 약화되는 결과가 된다면서 해약금의 기준이 되는 금원은 실제 받은 계약금이 아니라 약정 계약금이라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15. 4. 23. 선고 2014다 231378판결). 따라서 적법하게 계약을 해제하려면 집 주인은 실제로 받은 500만 원이 아니라 약정된 계약금의 2배인 2000만 원을 돌려줬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계약을 파기당해도 억울함은 가실 것입니다.

김미란 법무법인 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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