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장 개선, 어느 세월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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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마리당 0.05㎡→0.075㎡로 확장”
개선안만 내놓고 법개정안 확정 못해

김영록 장관 “내년 새 농가 우선 적용… 기존 농가는 2025년까지 개선 완료”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사상 최악의 조류인플루엔자(AI) 감염 사태에 이어 이번 살충제 계란까지 밀집사육이 주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정부는 닭장 크기를 넓히고 동물복지 농장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이를 실행하기 위한 관련 법 개정 작업은 착수도 하지 못한 상태다. 정부의 축산 정책이 일회성 발표용에 머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AI 사태가 마무리된 올해 4월 사육환경 개선 방안을 내놓으면서 현재 산란계 1마리당 0.05m²인 사육 면적을 유럽 수준인 0.075m²로 넓히기로 했다. 닭장은 9단까지만 쌓을 수 있게 제한하고 닭장 사이에는 1.2m 이상의 통로를 두기로 했다. 현재는 이에 대한 기준 자체가 없다. 2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내년부터 새로 사육업 허가를 받는 농가에 우선 적용하고 기존 농가는 2025년까지 축사 개선을 완료하겠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밀집사육으로 닭의 면역력이 떨어진 데다 닭이 땅에 몸을 문질러 진드기를 없애는 ‘흙목욕’이 불가능했던 게 살충제 계란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보고 있다. AI로 산란계 상당수가 도살처분돼 계란 값이 오르고 닭이 부족해진 것도 한몫했다. 양계업계에 따르면 현재 산란계 숫자는 지난해 말 AI 발생 이전의 80% 수준인 약 6000만 마리에 불과하다. 알을 낳을 닭이 부족해지면서 축사를 비우고 청소와 소독할 기회를 놓친 것이다.

문제는 정부가 내년 시행을 장담하고 있지만 아직도 이런 조치의 시행 근거가 될 축산법 시행령 개정안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입법예고 등 행정 절차 소요 기간을 감안하면 시행 시기를 장담하기도 어려운 상태다. 농식품부는 “시행령에 포함된 다른 정책까지 포함해 한꺼번에 개정작업을 해야 한다”며 발표 시기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밀집사육 개선책이 마련돼도 비용이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닭 3만 마리를 키우는 농장의 경우 닭장 가격만 10억 원에 이른다. 전체 산란계 농장의 절반 이상이 3만 마리 이상을 키우고 밀집사육 농가 중에는 10만 마리 이상을 키우는 점을 감안하면 수십억 원의 비용이 드는 셈이다. 김 장관은 “조기에 축사를 개선하는 농가에는 시설자금을 지원하는 등 인센티브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관련 예산 확보를 장담하긴 쉽지 않다.

한편 정부는 현재 8%에 불과한 동물복지 농장 비중을 3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올해 안에 로드맵을 수립해 2025년까지는 30%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살충제 계란#밀집사육#축산 정책. 김영록 장관#동물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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