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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속으로]진주 촉석루 앞 衡平운동기념탑 이전 두고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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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속으로]진주 촉석루 앞 衡平운동기념탑 이전 두고 논란

강정훈기자 입력 2017-08-23 03:00수정 2017-08-23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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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시 “진주대첩광장 사업 원활한 추진 위해 이전해야”
기념사업회 “건립 취지 감안해 진주성 앞에 그대로 둬야” 반박
경남 진주시 본성동 진주성 동문 인근에 세워져 있는 형평운동기념탑. 진주대첩광장 조성 과정에서 이전 문제가 불거져 진주시와 형평운동기념사업회가 충돌하고 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형평(衡平)운동기념탑이 진주성과 촉석루의 가치를 더해주는 것 아니겠습니까.”

18일 오후 경남 진주시 본성동 형평운동기념탑 앞에서 형평운동기념사업회 김중섭 이사(경상대 사회학과 교수)와 항일운동기념사업가 오효정 씨(78)가 안타까운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이들은 20년 전 시민이 세운 형평운동기념탑이 오갈 데 없는 처지에 놓이자 각계에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진주성 동문인 촉석문과 불과 80여 m 떨어진 동편에 아담하게 서 있는 형평운동기념탑은 1996년 12월 10일 세계인권의 날에 제막했다. 1993년 형평운동의 본부였던 형평사 창립 70주년 기념행사로 시작한 성금 모금이 탑으로 태어난 것이다. 당시 시민 1343명, 38개 단체가 힘을 보탰다. 100m²의 시유지에 1억2000여만 원으로 탑을 세우고 ‘시민 모두의 것’이라는 취지에서 진주시에 기증했다. 땅과 탑이 모두 시의 소유인 셈이다.


당시 주변은 장어집이 많은 식당거리였다. 하지만 현재는 탑 외에 다른 건물은 없다. 시가 10년 전부터 ‘진주대첩 기념광장 조성사업’을 벌이면서 지난달 인근 지역에 대한 철거를 마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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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이곳 2만5000m²에 기념광장과 기념관, 주차장을 만들 계획이다. 보상비 600억 원과 공사비 380억 원이 투입된다. 조만간 문화재 발굴조사에 착수해 내년 말부터는 본공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완공은 2020년 12월 예정이다. 진주대첩은 한산대첩, 행주대첩과 함께 임진왜란 3대 대첩으로 불린다.

그러나 형평운동기념탑을 둘러싼 갈등으로 사업이 주춤거리고 있다. ‘역사성과 정신’을 강조하며 현 위치를 고수하는 기념사업회와 ‘새로운 미래의 준비’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이전을 추진하는 시가 충돌하고 있다.

기념사업회(이사장 이곤정)는 “탑을 그대로 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건립 당시 천민인 백정들이 진주성 안에 살지 못했던 한(恨)을 달래준다는 취지로 성 앞에 탑을 세웠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작가 역시 역사성과 위치, 주변 상황을 감안해 탑을 설계했다”며 ‘이전 불가’ 이유를 설명했다. 필요하다면 일시적으로 옮겼다가 다시 광장 내에 설치해야 한다는 것이 김 교수의 주장이다. 시의원 일부도 사업회 의견을 지지하고 있다.

반면 시는 문화재 발굴조사와 진주대첩광장의 원활한 조성, 다른 단체와의 형평성 문제를 감안해 탑의 완전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당초 형평운동가이자 애국지사인 백촌 강상호 선생(1887∼1957) 묘소가 있는 진주시 가좌동 석류공원 인근으로 옮기는 방안을 기념사업회와 함께 검토했으나 토지 보상비가 너무 많아 무산됐다.

이에 따라 시는 칠암동 남강변의 경남문화예술회관 옆 남가람문화거리로 탑을 이전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현 위치에서 남강교를 건너 1.3km 정도 떨어진 곳이다. 시 관계자는 “최근 위원 19명으로 출범한 진주대첩광장조성위원회(위원장 강신웅)의 의견을 들어본 뒤 전체적인 방향을 잡을 것”이라며 “기념사업회와도 계속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역사진주시민모임은 23일 오전 11시 진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견을 밝힐 예정이다.

::형평운동::
1923년부터 진주를 중심으로 일어난 백정(白丁)의 인권해방운동. 저울(衡)처럼 평등(平)한 사회의 설립이 목적이었다. 백정뿐 아니라 강상호, 신현수 등 양반도 다수 참여해 형평사(衡平社)를 설립하고 전국적인 운동을 펼쳤다. 1930년대 일제의 탄압으로 해산됐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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