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이력 공개하는 ‘진짜 친환경 식품’ 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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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계란 파동에 ‘안심 먹거리’ 부상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주말이었던 19, 20일 주요 대형마트 계란 판매량이 반 토막 났다. 살충제 전수검사 후 판매가 재개됐지만 소비자 불신이 커진 탓이다. 하지만 산지 정보를 자세히 보여주는 헬로네이처 등 친환경 전문점은 상황이 달랐다. 오히려 품절 사태가 빚어지면서 “빨리 사고 싶다”는 문의가 폭주했다.

윤가영 헬로네이처 서비스총괄(CSO)은 “살충제 검출이 안 된 것으로 확인된 후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일부 계란은 빠르게 품절됐다. 판매 농가별 살충제 검출 여부와 산지 현황, 사진 등이 상세히 나오니 소비자들이 안심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먹을거리 불안이 커지자 친환경 유기농 제품을 주로 취급하는 고급 식품 전문점은 오히려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기존 대형마트도 동물복지 축산물 비중을 확대하는 중이다. 2011년 이후 구제역, 친환경 농산물 부실 인증 사태, 조류인플루엔자(AI)에 이어 살충제 계란 파동까지 겹치면서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6세 자녀를 둔 주부 최수진 씨(37)는 “유기농, 무농약, 무항생제, 동물복지 등 인증 제도뿐 아니라 자연방사와 동물복지의 차이까지 알게 되는 계기가 됐다. 이젠 정부 인증 제도도 믿을 수 없어 직접 생산 농가 사진 등 자세한 정보가 있는 전문점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인증하는 친환경 식품에 대한 불신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런 인식을 바꾸기 위해 정부가 지난해 친환경 농업 육성 5개년 계획을 세웠을 정도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친환경 농산물 인증 농가 수는 2000∼2012년 연평균 43.4%씩 늘었다.

하지만 2012년 인증 부실 사례가 속출했다. 이듬해 정부가 부실 민간 인증기관에 대한 ‘삼진 아웃제’를 시행하자 친환경 인증 농가 수는 연평균 17.5% 줄었다. 경작 면적도 2012년 전체의 7.5%였다 2015년 기준 4.5% 수준이다. 농약은 물론이고 화학비료도 주면 안 되는 유기농 경작지는 전체의 1.1% 수준으로 미미하다. 그만큼 친환경 농산물에 많은 거품이 끼어 있었다는 얘기다.

위축되던 친환경 농식품 시장이 다시 증가 추세로 돌아선 것은 지난해부터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친환경 농식품 유통 기업의 매출액은 1조4723억 원으로 전년 대비 8.9% 늘었다. 매장 수도 2015년보다 1.5% 늘어났다.

유통업계에서는 친환경, 유기농, 프리미엄 식품을 판매하는 전문점, 생활협동조합, 온라인몰 등이 확대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점 1위 업체인 초록마을은 2002년 마포 1호점을 시작으로 2004년 100호점을 돌파했다. 지난해 말 기준 매장 수는 460개에 이른다. 초록마을 관계자는 “과일처럼 유기농 농사가 어려운 상품도 있어 모든 제품을 친환경 제품으로 운용하긴 어렵다. 다만 자체적으로 한 번 더 검사하고, 상품 정보를 최대한 알리면서 30대 젊은 엄마들이 주로 찾는 점포가 됐다”고 했다.

컨설팅업체 AT커니와 온라인몰 쿠팡을 거친 박병열 대표가 2012년 창업한 헬로네이처는 매년 매출이 300%씩 성장하고 있다. 2015년 설립된 마켓컬리는 2년 만에 월 매출 40억 원을 돌파했다.

저렴한 가격을 강조하던 대형마트도 구제역 AI 사태 등을 겪으며 친환경 제품 비중을 높이는 추세다. 이마트 관계자는 “언론에 지속적으로 지저분한 닭장과 돼지 축사 등이 노출되면서 특히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지난해 10월 PK마켓 경기 하남점을 시작으로 동물복지 돼지고기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이마트 성수점, 용산점, 양재점, 역삼점 등 10개 점포로 확대했다.

100g당 2830원으로 일반 삼겹살 판매가인 2600원보다 8.8% 비싸다. 비싸도 매출은 상승세다. 2017년 2분기(4∼6월) 동물복지 돼지고기 매출은 지난해 4분기(10∼12월)보다 65.7% 늘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소비자의 동물복지 및 프리미엄 식품 수요가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가격 차이가 너무 크면 잘 안 팔린다. 동물복지 닭고기는 일반 닭보다 40%가량 비싸다 보니 판매가 부진해 더 이상 매장에서 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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