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예술가 임옥상 “엄혹한 세상, 풍자하는 사람마저 불온시하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2일 16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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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작품이 지난해 뜨거웠던 광장을 다시 회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민중예술가 임옥상의 개인전이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린다. 23일부터 9월 17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엔 국내외 정치 지도자 14명의 얼굴을 가면으로 만든 대형 설치 작업과 광화문 촛불 시위, 백남기 농민 사건, 용산 참사 등 사회적 이슈를 소재로 한 작품이 소개된다.

제 1전시실에 전시된 ‘가면무도회’는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등 전직 대통령들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김일성 전 북한 지도자의 얼굴을 형상화했다. 1m가 넘는 높이의 대형 가면 작품 중 일부는 지난해 광화문 촛불 시위에 임 작가가 직접 들고 참여하기도 했다. 창조경제혁신센터 행사에 참석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주요 기업 총수들을 그린 회화 작품 ‘물밑작업’도 전시된다. 작품 속 등장인물의 상반신은 사람이지만 하반신은 물에 잠긴 문어 다리 등 수중 생물의 것이다. 임 작가는 “언론에 자주 언급되는 이들의 ‘물밑작업’이 대체 뭘까 궁금해서 나만의 상상력을 더했다”고 설명했다.

“우린 다 땅 위의 존재”라며 흙, 종이 등 자연 재료를 사용해 예술 작업을 해 온 작가는 이번 전시에선 민들레 꽃씨를 이용해 인물의 실루엣을 표현한 작품을 선보였다. 이 작품은 미디어에 자주 등장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을 닮았지만, 두 대통령을 표현한 것이냐는 질문에 임 작가는 “이 작품에 대해선 특정 대통령을 언급한 적 없다”며 “보는 사람에 따라 달리 보이는 것 아니겠나”고 응수했다. 이 외에도 광화문 촛불 시위, 용산 참사, 백남기 농민 사건 등 사회 이슈를 소재로 한 작업들이 공개된다.

작품의 메시지가 사회 비판적인 탓에 주변에서 그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러한 우려의 목소리에 임 작가는 “사회주의 국가 쿠바에서도 예술가들이 표현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며 “엄혹한 정치 사회에서 풍자하는 사람마저 불온시하면 재미없는 세상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정치적으로 좌우 어느 쪽도 아닌 아나키스트”라고 자평하는 그는 “권력의 속성상 늘 고삐를 쥐고 경계해야 한다. 깨어있는 시각으로 비판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관은 설거지하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새로 부임한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일침을 가하기도 한 임 작가는 22일 간담회에선 관련 내용에 대해 말을 아꼈다. 30일에는 ‘임옥상을 읽다’라는 책도 출간될 예정이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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