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진주 “공연 뒤풀이엔 김치찌개가 딱인데 美밴드선 이걸 못즐겨”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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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 이후 ‘빌보드 톱10’ 한국인
美밴드 ‘DNCE’ 기타리스트 이진주

“저한테는 너무너무 뜻깊은 공연이에요. 끝나면 근처 맛있는 고깃집으로 멤버들을 데리고 가기로 했어요.”

미국 팝 밴드 DNCE의 기타리스트 이진주(30·사진)는 빌보드 싱글차트 10위 안에 진입한 두 번째 한국인이다. DNCE의 곡 ‘Cake by the Ocean’이 지난해 차트 9위에 올랐다. 첫 번째는 ‘강남스타일’(2012년)의 싸이였다.

최근 인천에서 이진주를 만났다. 금의환향. 손가락이 아파 연주를 못하겠다며 징징대던 꼬마가 미국 인기 밴드 멤버가 돼 돌아왔다. 그것도 야외 음악 축제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의 메인 무대로.

“(페스티벌이 열린) 연수구의 연수동에서 나고 자랐어요. 지금도 본가가 여기 있고요. 펜타포트 전날 숙소 대신 집에 가서 잤는데 그동안 지내온 얘기로 언니들과 수다를 엄청나게 떨었어요. 하하.”

이진주는 가수 소향의 올케다. “언니 오빠들이 하는 CCM 밴드가 멋있어 보여서” 기타를 잡은 게 열네 살 때 일이다. “근데 6개월 만에 기타를 태워 버리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죠.”

라디오에서 나온 연주곡 하나가 운명을 바꾸었다. “스티비 레이 본의 ‘Voodoo Child’요. 온몸에 소름이 돋고 몸이 멈추더라고요.”

중학 1학년 때 학교를 자퇴했다. 음악에 뛰어들었다. 중고교 학력은 1년 만에 검정고시로 따버렸다. 열아홉 살 때 비행기에 몸과 운명을 실었다. “짐이라고는 기타 한 대와 여행가방 하나뿐이었죠.”

로스앤젤레스의 음악학교 MI(뮤지션스 인스티튜트)에 입학했고, 졸업도 전에 팝스타 조딘 스파크스 밴드의 기타리스트로 발탁됐다. 험난한 순회공연 생활이 시작됐다. 한국인이자 여성으로서 현지 남성들이 득실대는 공연계에 자리 잡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팝스타 조너스 브러더스, 찰리 XCX, 실로 그린의 밴드를 거치며 그는 강인해졌다. “인종차별, 문화차이 때문에 힘들기도 했어요. 근데 남자들이 또 단순한 구석이 있어서 오히려 편하더라고요.”

그는 “요즘엔 무대에 오르기 직전 DNCE 멤버들과 서로 ‘싸대기’를 때리고 레슬링을 하면서 에너지를 충전한다”며 웃었다. 가장 힘든 점은 공연 뒤풀이에서 김치찌개를 먹을 수 없다는 것. “컵라면을 싸 갖고 다니거나, 코리아타운에 가서 미친 듯이 김치찌개를 먹고 오기도 해요.”

이진주는 “제가 이런 인생을 살고 있다는 게 어떨 땐 안 믿길 때도 많다”면서 꿈꾸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세상 하나뿐인 독특한 연주자가 되는 게 꿈이에요. 시작하는 분들이 제 이야기에서 꿈과 희망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인천=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이진주#d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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