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김용훈]상생 위해 양보가 필요한 해운연합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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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우리나라는 세계 1위의 선박 제조국이다. 조선업은 한때 세계를 주도했으나 서서히 이러한 기록도 역사의 한 장면이 되고 있다. 세계적인 경제 불황에 물동량이 적어지자 선박의 발주량도 적어지고 해운사들은 불황을 타개하느라 고전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는 업계 1위의 탄탄했던 한진해운이 파산하면서 굵직한 고객들이 타 회사로 갈아타 버렸다.

하루아침에 세계 7위의 선사가 파산을 하니 파장은 일파만파이다. 한진해운뿐 아니라 이에 물려 있는 회사와 근로자들은 다른 일을 찾아야 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 해운사의 신뢰도가 떨어져 물건을 맡기지 않을뿐더러 경쟁사들이 한진해운이 키워 놓은 파이를 나눠 가져 버렸다. 가뜩이나 조선업계가 세계적 불황에 죽느냐 사느냐며 갑론을박하고 있는데 업계 1위 해운업체의 파산은 그리 쉽게 볼 일이 아니다.

한진해운의 참사 이후 최근 뒤늦게 14개의 선사가 힘을 모아 한국해운연합으로 규모를 키웠다. 서로 다른 스케일을 가지고 있지만 노선과 선복 등의 교환과 협력으로 운영원가를 최적화하고 서비스 품질을 높여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포부다. 그러나 이들의 갈 길 역시 쉽지 않다. 월등한 규모를 가진 선사가 다른 선사를 위해 얼마만큼 자신의 시장을 공유할지, 또 이권 앞에서 2인자, 3인자 간의 합리적인 협력이 이루어질지는 미지수다. 제재가 미미한 한국해운연합의 규정으로 이들 선사를 통제하기도 어려울 테고, 탈퇴가 자유로워 핫 노선과 신규 노선의 이권 문제로 이탈하는 선사를 막을 길도 없다. 정부는 이들의 자발적인 구조조정에 한해 손실보상금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과연 자발적 조정이 어느 정도까지 이루어질지 또한 강제력 없는 구조조정에 국가적 사명감의 파워가 설득력이 있을까.

선사들은 위기감에 연합노선에 참여는 했지만 공급과잉의 시장 현황에서 제 시장을 양보하기가 쉽지 않다. 출혈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타산성을 새로 계산하고 중장기적인 동력원을 새롭게 확보해야 한다. 결국 최적화된 다양한 용도의 선박으로 최적의 항로를 운항토록 해 대·중·소 선사들이 제각기 경쟁력을 확보하고 또 상생을 위한 협력으로 큰 틀을 채워야 풍요로움을 기약할 수 있을 것이다.

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선박 제조#해운연합#한진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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