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유경선]질소산화물-오존-미세먼지, 상호연계 대책 마련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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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선 광운대 환경공학과 교수
유경선 광운대 환경공학과 교수
미세먼지와 오존 문제는 이제 일상이 됐다. 독성만으로 평가하면 미세먼지의 유해성이 오존보다 높다. 하지만 마스크 같은 일반적 대응 수단이 오존주의보 앞에서는 무용지물이기 때문에 이런 점을 고려한 위해성은 두 오염물질이 비슷하다 할 수 있다.

초미세먼지(PM2.5)와 오존은 대기 중으로 직접 배출되는 오염물질이 아니라 배출된 오염물질이 반응해 만들어지는 2차 오염물질이라는 점에서 유사하다. 질소산화물은 두 오염물질 생성에 동시에 기여하는 물질이다. 질소산화물이 대기 중에 배출되면 질산염으로 바뀌며 초미세먼지가 되는데, 그 과정에서 강한 햇빛과 만나면 이산화질소가 산소와 반응해 오존을 만든다. 즉, 초미세먼지와 오존을 잡기 위해 가장 먼저 줄여야 하는 물질이 질소산화물인 것이다.

그러나 질소산화물과 오존은 그간 효율적으로 관리되지 않았다. 여태껏 오존에 대한 종합대책이 나왔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하지만 우리는 1990년대에 아황산가스 농도를 600ppb에서 60ppb 수준으로 대폭 줄인 경험이 있다. 지금은 당연하게 받아들이지만 당시 액화천연가스(LNG) 사용 의무화와 저유황 연료 사용 규제는 모두가 부담스러워했다. 그럼에도 적극적으로 이해 당사자들을 설득해 끈기 있게 정책을 시행한 결과, 대기질 개선을 이뤄낸 것이다.

다만 초미세먼지와 오존은 아황산가스와 달리 오염물질 간 상호 연계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훨씬 복잡하다. 질소산화물을 줄이면 초미세먼지 저감에 기여할 수 있지만 오존 농도는 외려 높아질 수 있다. 이 때문에 휘발성유기화합물도 동시에 줄여야 한다. 아황산가스에 적용한 정책수단을 초미세먼지와 오존에 직접 적용하지 못하는 이유다.

문제 해결을 위해선 오염물질 간 상호 연계성을 과학적으로 고려한 정교한 정책을 이끌어내야 한다. 문제는 오존과 미세먼지가 우리 일상을 수시로 습격하는데 정책이 나올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 없다는 점이다. 게다가 질소산화물과 휘발성유기화합물은 특정 산업과 지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질소산화물은 아파트나 대형 빌딩, 산업시설 등에서 배출된다. 기술적으로 질소산화물을 저감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정책적 의지만 있으면 줄일 수 있고, 그러면 초미세먼지와 오존 문제가 자연히 일정 부분 해결될 것이다.

휘발성유기화합물도 마찬가지다. 유성페인트를 수성페인트로 교체하고 휘발성유기화합물 함량이 낮은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정부는 과학적 기반을 마련해 신속하고 정확한 정책을 만들어 내야 한다. 과학적 기반은 제도나 정책과 달리 단기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질소산화물과 오존 문제는 국내 기여도가 큰 데다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미세먼지 문제보다 더 심각하다. 이제는 특정 지역과 업종의 배출을 억제하는 방법으로 대기질을 개선하기 어렵다. 국민들의 참여를 통한 상향식 정책 수립이 필요한 때다.

유경선 광운대 환경공학과 교수
#질소산화물#오존#미세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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