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우 전문기자의 MLB Tracker] ‘다저스는 왜 그랜더슨까지 데려왔을까?’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8월 22일 05시 30분


커티스 그랜더슨.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커티스 그랜더슨.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 1위 LA 다저스는 21일(한국시간)까지 87승35패, 승률 0.713으로 메이저리그 전체 1위를 달리고 있다. 전체 2위인 아메리칸리그(AL) 서부지구 1위 휴스턴(76승48패·승률 0.613)과의 격차도 무려 12경기다. 지구 우승까지 필요한 매직넘버 역시 20으로 줄었다. 시간문제일 뿐이다. 당연히 다저스 안팎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사안도 월드시리즈 우승을 향한 준비다. 8월 이후 다저스의 모든 행보는 오로지 29년만의 월드시리즈 제패에 맞춰져있는 분위기다.

커티스 그랜더슨.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커티스 그랜더슨.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모 아니면 도’ 그랜더슨이 다저스에 온 이유

다저스는 19일 뉴욕 메츠에서 베테랑 외야수 커티스 그랜더슨(36)을 데려왔다. 메츠 유니폼을 입고 올 시즌 111경기에서 타율 0.228, 19홈런, 52타점에 그치고 있던 그랜더슨의 합류에 많은 이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랜더슨에게는 이른바 ‘공갈포’의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미 다저스에는 전천후 선수 크리스 테일러, ‘야생마’ 야시엘 푸이그, 팜 출신의 작 피더슨, 1루와 외야 겸업이 가능한 ‘슈퍼 루키’ 코디 벨린저까지 쟁쟁한 외야자원이 넘쳐난다.

그랜더슨은 뉴욕 양키스에서 활약하던 2011년과 2012년 잇달아 AL 홈런 2위에 올랐을 정도로 출중한 파워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빅리그 데뷔 이후 딱 한 차례만 3할 타율을 찍은 데(2007년 0.302)서도 확인할 수 있듯 타격의 정확성은 크게 떨어진다. 2010년 이후로는 2할5푼을 넘긴 적도 고작 두 차례(2011년 0.262·2015년 0.259)뿐이다.

다저스가 그랜더슨을 영입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이튿날 곧장 밝혀졌다. 주전 중견수로 활약하던 피더슨이 25인 로스터에서 제외돼 트리플A 오클라호마시티로 내려갔다. 피더슨은 올 시즌 87경기에서 타율 0.215, 11홈런, 33타점으로 다저스 타선의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올스타전 이후 후반기 28경기에선 타율 0.156, 2홈런, 7타점으로 부진이 더욱 깊어졌다. 특유의 장타력마저 실종됐다.

반면 그랜더슨은 메츠 소속으로 뛴 올스타전 이후 29경기에서 6홈런, 15타점으로 전반기(82경기 13홈런 37타점)보다 향상된 장타력을 보여줬다. 게다가 월드시리즈 10경기를 포함해 포스트시즌에서만 총 51경기를 ‘경험’했다. 캔자스시티와의 2015년 월드시리즈에선 타율 0.250에 3홈런, 5타점을 기록했다.

그랜더슨은 이적 다음날인 20일 디트로이트를 상대로 다저스 데뷔전을 치렀다. 5번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1번 좌익수로 나선 21일에는 호투를 거듭하던 디트로이트 선발투수 저스틴 벌랜더에게서 6회 우월솔로홈런을 뽑아내며 팀의 유일한 득점을 책임졌다. 다저스에서 첫 안타를 홈런으로 신고한 것이다.

커티스 그랜더슨.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커티스 그랜더슨.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선수기용의 옵션이 더 늘었다!

다저스는 피더슨을 대체하는 효과만 노리고 그랜더슨을 영입한 것이 아니다. 허리 통증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라있던 아드리안 곤살레스가 복귀하면서 불가피해진 연쇄적인 포지션 이동까지 염두에 둔 포석이다. 곤살레스는 19일 디트로이트전부터 돌아왔다.

곤살레스가 1루수로 나서면 벨린저는 외야로 나간다. 그 경우 주로 좌익수를 맡았던 테일러가 2루수로 옮긴다. 결국 벨린저와 푸이그를 외야에 붙박이로 놓은 채 상대 선발투수의 유형에 따라 남은 외야 한 자리의 유동성을 높이기 위해 그랜더슨을 데려온 것이다. 이를테면 우완에 강한 그랜더슨(16홈런·40타점), 상대적으로 좌완에 강점이 있는 엔리케 에르난데스(2홈런·10타점)를 번갈아 기용하는 방식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다.

그랜더슨이 올 시즌 후 프리에이전트(FA)가 되는 터라 메츠는 일찌감치 트레이드를 타진해왔다. 비용 대비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이번 트레이드를 통해 메츠는 그랜더슨의 잔여 연봉 400만 달러(약 45억5000만원)를 아낄 수 있게 됐다. 다저즈 입장에서도 큰 손해는 아니다. 2014년 말 앤드루 프리드먼 사장과 파르한 자이디 단장이 취임한 뒤로는 씀씀이를 크게 줄이면서 자금여력이 더 생겼기 때문이다. 월드시리즈 우승만 이룰 수 있다면 이 정도의 출혈은 다저스에는 큰 부담이 아니다.

정재우 전문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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