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 졸아도… 앞차와 10m 거리땐 ‘끼이익’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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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제동장치 장착 버스 타보니

18일 경기 화성시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자동비상제동장치’가 장착된 버스가 모형 차량에 접근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위쪽 사진). 차량 앞부분에 달린 센서(아래쪽 사진). 교통안전공단 제공
18일 경기 화성시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자동비상제동장치’가 장착된 버스가 모형 차량에 접근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위쪽 사진). 차량 앞부분에 달린 센서(아래쪽 사진). 교통안전공단 제공
‘삐삐삐삐.’

경고음이 들리자마자 버스가 급제동하면서 몸 전체가 앞으로 쏠렸다. 손에서 놓친 휴대전화가 운전석 옆까지 굴러갔다. 그만큼 제동 충격이 컸다. 18일 경기 화성시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주행시험장에서 열린 대형버스 자동비상제동장치(AEBS) 시연 현장. AEBS는 버스 앞 범퍼에 설치된 감지기(센서)가 자동으로 앞 차량과의 거리를 측정한다. 충돌 위험이 감지되면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아도 2단계에 걸쳐 자동으로 제동을 건다.

이날 현장에서 취재진과 전문가들은 AEBS가 설치된 45인승 버스에 올랐다. 시속 45km로 달리던 버스가 더미 차량(실험용 모형차)과 약 17.5m 거리로 가까워지자 ‘삐삐’ 경고음 후 약 1초 뒤에 자동으로 감속했다. 속도가 3분의 1가량 줄었다.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 조작을 않자 경고음이 계속 울리면서 버스가 10m 이내로 더미 차에 접근했다. 이번에는 급제동이 걸리면서 버스가 멈췄다. 제동 능력은 예상보다 훨씬 뛰어났다. 버스에 타고 있던 취재진과 전문가 10여 명의 몸이 앞으로 크게 휘청일 정도였다.

교통안전공단 자율주행연구처 김성섭 부연구위원은 “급제동의 감속 크기는 버스가 달리고 있는 속도에 따라 최대 0.9G(중력)가 몸에 전달되는 정도”라며 “다만 자동비상제동장치는 어디까지나 자동으로 차량의 속도를 줄이는 장치이기 때문에 차량의 속도에 따라서는 충돌을 막지 못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차로이탈경고장치(LDWS)와 전방추돌경고장치(FCWS) 시연도 실시됐다. 운전자의 안전 운전을 보완해줄 수 있는 대표적인 첨단 장치들이다. 지난해 7월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 관광버스 추돌, 지난달 경부고속도로 광역급행버스(M버스) 추돌 등 대형 사고가 잇따르면서 최근 대형 사업용 차량에 단계별로 의무 장착이 진행 중이다.

LDWS와 FCWS도 센서가 자동으로 차선과 앞 차량과의 거리를 감지해 경고하는 방식이다. FCWS는 AEBS와 작동원리가 비슷하다. LDWS는 운전자가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로를 바꾸면 운전자에게 경고를 보낸다. 경고는 시각과 청각, 촉각 3가지다. 이날 시연 버스의 운전자가 갑자기 차로를 바꾸자 운전석 계기판에 설치된 경고등에 불이 들어왔다. 동시에 60dB(데시벨) 정도의 경고음이 나왔다. 등받이 형태의 운전석 진동기도 요란하게 흔들리며 운전자를 깨웠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안에 운행 중인 수도권 광역버스 3000여 대에 FCWS와 LDWS를 장착할 예정이다. AEBS는 올 1월부터 출시되는 신규 모델 버스부터 의무적으로 달게 돼 있다. 문제는 가격이다. 현재 정부와 업계는 보조금 규모를 놓고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FCWS와 LDWS는 묶어서 약 50만 원에 불과하지만 AEBS 가격은 약 800만 원에 이른다.

화성=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비상제동장치#장착#버스#운전자#aebs#ldws#fc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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