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잔류 위해 수당 포기한 이기형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8월 21일 05시 45분


인천 이기형 감독. 스포츠동아DB
인천 이기형 감독. 스포츠동아DB
인천 유나이티드는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최고의 생존왕으로 통한다.

2013년 승강제가 시행된 이래 챌린지(2부리그) 강등의 위기를 숱하게 경험하면서도 다른 도·시민구단들과는 달리, 아랫물을 한 번도 경험하지 않았다. 추락할 듯, 내려앉을 듯 하다가도 마지막 순간에는 항상 웃었다.

우승 못지않게 감동적이고 가슴 벅찬 생존의 환희를 만끽한 인천은 2017시즌, 5년 연속 잔류를 바라본다. 물론 쉽지만은 않다.

올해도 어김없이 하위권 다툼에 휘말렸다. 매 라운드 초조하고 피 말리는 경기를 거듭하며 어려운 확률 게임에 나서고 있다. 인천이 인천축구전용경기장으로 포항 스틸러스를 불러들인 8월 20일, 대구스타디움에서는 대구FC와 상주상무가 격돌했다. 인천∼대구∼상주는 전날(8월19일) 전주에서 1-3으로 패한 광주FC와 함께 꼴찌 탈출을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오후 7시 킥오프된 이날의 경기는 ‘강등권 시리즈’로 명명될 만큼 큰 관심을 끌었다.

인천-포항전 현장을 찾은 한 축구인은 “아직 많은 경기가 남아있는데도 하위권 경쟁에 스포트라이트가 쏠린 것은 올해의 레이스가 예년보다 치열하다는 얘기”라며 “마치 월드컵 최종예선과 본선의 마지막 라운드를 보는 느낌”이라고 했다. 이에 인천 관계자들도 “우리는 경우의 수가 너무 익숙하다. 어떻게 해야 높은 순위 팀과 거리를 좁힐 수 있는지, 어떤 결과가 나와야 더 밑의 팀과 격차를 벌릴 수 있을지 매번 체크한다”고 화답했다.

인천은 7월 2일 시즌 3번째 승리를 맛본 이후 1개월여 만에 4승을 신고했다. 상주가 희생양이었다. 진짜 고비를 2-1 승리로 장식한 인천은 또 한 번 잔류왕을 향한 발걸음을 재촉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남모를 희생도 있었다. 이기형 감독은 계약에 따른 승리수당을 포기했다. 상주전뿐 아니라 올 시즌 전체 승리수당을 반납하기로 했다. 항상 빡빡한 구단 살림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려는 이유가 크지만 선수단에 더욱 자극을 주기 위한 의도도 있었다. 돈이 곧 생명인 프로의 세계에서 수당을 받지 않는 것은 남다른 의지가 없으면 어려운 일이다.

상주전이 끝난 뒤 회복훈련에서 수당 포기를 공언한 이 감독의 행동에 제자들이 깜짝 놀란 것은 당연지사. 선수단은 더욱 똘똘 뭉쳤다. 인천 관계자는 “경기를 치를 때마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하지만 (빈도가 적은) 승리의 기쁨은 더 커진다. 대개 승리수당은 매월 급여일에 함께 지급되지만 상주전 때는 곧바로 지급했다. 이마저 감독님은 받지 않으셨는데, 시즌이 끝난 뒤 달콤한 결실을 함께 나누시기를 바랄 뿐”이라고 털어놓았다.

인천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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