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도용 우려가 현실로…구멍 뚫린 카뱅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8월 21일 05시 45분


카카오뱅크 비대면 본인 인증이 허점을 드러내며 명의도용이 도마 위에 올랐다. 출범 전부터 과제로 떠올랐지만 그간 자신감을 피력해온 만큼 이번 사건이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카카오뱅크 앱 이미지. 사진제공 l 카카오뱅크
카카오뱅크 비대면 본인 인증이 허점을 드러내며 명의도용이 도마 위에 올랐다. 출범 전부터 과제로 떠올랐지만 그간 자신감을 피력해온 만큼 이번 사건이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카카오뱅크 앱 이미지. 사진제공 l 카카오뱅크
몰래 계좌개설·소액대출 10건 접수
휴대전화 타행 계좌 알면 도용 가능
영상통화 인증 도입 등 예방책 절실


카카오뱅크가 기존 금융권에 비해 차별화된 장점으로 내세운 비대면 본인 인증이 최근 잇따라 문제점을 드러내며 우려를 낳고 있다.

20일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본인 몰래 계좌가 개설되거나 소액대출이 신청됐다는 신고가 10건이 접수됐다. 카카오뱅크가 조사한 결과 배우자가 남편이나 부인 명의로, 자식과 손자가 부모와 조부모의 이름으로 입출금 계좌를 만들거나 소액대출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명의도용은 카카오뱅크의 비대면 본인 인증 방식이 가진 구조적인 취약점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뱅크는 본인 명의 휴대전화, 신분증 사진 촬영, 본인 명의 타행계좌 입금내역(송금 메모) 확인 등 3단계 절차로 본인 인증을 하고 있다. 제3자가 세 가지 인증을 모두 통과하기는 어렵지만, 가족이 휴대전화와 신분증, 타행 계좌 비밀번호 등을 공유하고 있으면 이렇게 쉽게 본인 모르게 계좌 개설이나 대출이 가능하다.

인터넷전문은행 1호인 케이뱅크는 본인 인증의 마지막 단계에서 신분증을 들고 영상통화를 하는 과정을 거친다. 최근 가족의 명의도용 사례가 드러나면서 카카오뱅크도 이런 인증과정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4월 출범한 케이뱅크에서는 아직까지 명의를 도용한 계좌 개설 사례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명의도용 가능성 여부는 출범 전부터 이슈였다. 7월27일 출범식에서 카카오뱅크 측은 “PC가 아닌 모바일로만 계좌를 만들 수 있어, 계좌 하나당 하나의 스마트폰이 필요해 명의도용 통장을 만드려면 많은 비용이 든다”며 “명의도용 방지 기술을 계속해서 진행하고 모니터링도 주시하고 있다”고 보안에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에 비록 가족 간의 사례지만 본인인증의 허점을 드러낸 만큼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뱅크 측은 “명의도용은 형사처벌 대상인데 형사처벌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가족 사이에 일어나고 있다”며 “현재 추가 확인 등을 할 수 있는 프로세스와 예방 방안을 검토 중이고, 금융사기 관련 고객상담 부서도 보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정욱 기자 jj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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