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켈로그-브리앙 조약은 왜 2차 대전을 막지 못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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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약으로 보는 세계사 강의/함규진 지음/492쪽·1만9000원·제3의공간

“이제부터 영원토록 평화와 우정이 함께할 것이다.”

기원전 13세기 이집트와 히타이트가 오늘날 시리아와 터키 국경 인근 카데시에서 오리엔트의 패권을 놓고 격돌한 뒤 맺은 평화조약이다. 제3의 적으로부터 공격을 받으면 서로 돕기로 하는 쌍무적 방위 동맹 원칙까지 명시됐다. 자료로 남아 있는 세계 최초의 평화조약인 이 조약의 효과는 어땠을까. 히타이트가 멸망하기까지 오리엔트 지역은 비교적 오랜 평화를 누렸다.

인간의 역사는 전쟁과 폭력의 역사이면서, 보복의 연쇄에서 벗어나 생존의 지속성과 안정성을 얻기 위해 적과 타협해 온 역사이기도 하다. 책은 세계사를 뒤흔든 주요 조약 68건의 이야기를 담았다.

강제력 없는 조약은 평화의 가장 큰 적이다. 제1차 세계대전의 참화에 충격을 받은 50여 개 국가가 맺은 ‘켈로그-브리앙 조약’이 그 예다. “모든 전쟁을 끝내자”는 취지로 맺었지만 막상 전쟁을 막는 수단은 전혀 갖추지 않았고, 체결 10년도 안 돼 2차 대전이 벌어졌다.

책에는 남북한 경제협력 합의서, 한중어업협정,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등 우리나라가 맺은 주요 조약뿐 아니라 북-중 간의 조중변계조약, 핵확산금지조약 등 한반도의 운명과 관련된 조약 이야기도 여럿 담겼다.

2년 만에 깨진 1939년 독소불가침조약처럼 조약은 힘의 논리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파기되는 것이라는 인식도 있다. 서울교대 윤리교육과 교수인 저자는 “조약은 힘과 이익의 논리를 초월하지 못할지라도 이미 많은 것을 이뤄냈다”며 “세계적 과제를 해결하려는 수단으로서 국제 협상과 조약은 필수불가결하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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