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덮친 밴, 500m 지그재그 돌진… 관광객들 허공으로 튕겨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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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동시다발 테러

가족과 휴가를 온 케빈 크와스트 씨는 17일 오후 5시경 바르셀로나 명소인 보케리아 시장 근처에서 식사 중이었다. ‘꽝’ 하는 소리와 함께 흰색 대형 밴이 보행자들을 향해 치닫자 사람들이 시장 쪽으로 뛰어들었다. 그는 “우리도 무작정 뛰기 시작했다. 땅에는 이미 차에 치여 쓰러진 사람이 즐비했다”고 전했다.

흰색 피아트 밴은 카탈루냐광장 지하철역에서부터 차도를 이탈해 서울의 명동거리에 해당하는 람블라 거리(1.2km)를 지그재그로 달리며 보행자를 치었다. 이 밴은 500m를 달려 신문판매대를 들이받고 멈췄다. 목격자 엘렌 베르캄 씨는 “사람들이 차에 치이며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고 테러 순간을 전했다.

피해자 중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많았다. 독일, 벨기에 등 34개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죽거나 다쳤다. 특히 프랑스인 관광객 26명이 다쳤고 11명은 중태다.

이번 테러는 지난해 7월 프랑스 니스 테러 이후 유럽에서 발생한 여덟 번째 차량 테러다. 스페인에서는 17, 18일 양일간 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반경 약 300km 내에서 세 차례의 테러가 발생했다.

바르셀로나 테러 8시간 후인 18일 오전 1시. 120km 떨어진 해안 관광도시 캄브릴스에서는 아우디 A3 차량이 보행자들에게 돌진해 경찰 1명 등 7명이 다쳤다. 스페인 언론에 따르면 경찰은 차량이 전복된 뒤 밖으로 나오는 용의자 5명을 사살하고 1명을 체포했다. 이 과정에서 몇 차례 폭발이 발생했는데, 용의자 중에는 폭탄 벨트를 착용한 이들도 있어 자살 폭탄 테러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17일 밤 바르셀로나에서 200km 떨어진 알카나르의 한 주택에서는 가스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은 이곳에 폭발 장치가 미리 설치돼 있었던 걸로 보아 테러라고 발표했다. 1차 폭발로 소방 인력과 경찰이 현장을 찾은 가운데 2차 폭발이 발생해 피해가 컸다. 1명이 죽고 16명이 다쳤다.

스페인 경찰은 바르셀로나 테러 용의자 4명을 체포했다. 테러 발생 3시간 뒤 사건 현장에 남겨진 공격 차량 속 서류를 바탕으로 바르셀로나에서 110km 떨어진 리폴에서 모로코 출신 드리스 우카비르(28)를 체포했다. 그는 테러 차량인 밴을 렌트한 당사자로 추정된다. 그러나 본인은 “누군가가 내 서류를 훔친 것으로 테러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다른 한 명은 모로코 북동부 스페인령 항구인 멜리야 출신의 호세프 유이스 트라페로로 알카나르에서 체포됐다. 그러나 정작 바르셀로나 테러를 일으킨 뒤 뛰어 달아난 운전자는 잡지 못하고 있다. 운전자는 드리스의 남동생인 무사 우카비르라고 스페인 언론이 전했다.

스페인은 2004년 마드리드에서 알카에다 세력이 저지른 통근열차 폭탄 테러로 192명이 사망한 이후 테러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초부터 지하디스트는 지중해 인기 관광지에서 테러를 벌이겠다고 계속 경고해 왔다.

이슬람국가(IS)는 바르셀로나 사건 4시간 만에 선전매체인 아마끄통신을 통해 “연합군 국가를 타깃으로 삼아 달라는 요청에 의한 IS 군인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스페인은 IS와의 지상전에 군사고문관을 파견하고 군사시설을 지원하는 등 IS 격퇴를 목적으로 하는 국제연합군에 동참하고 있다. 경찰이 체포해 구금 중인 스페인 지하디스트 수는 2015년 75명, 지난해 69명에 이어 올해는 벌써 51명에 이를 정도로 늘었다.

최근 스페인은 모로코와 알제리를 통해 유입되는 난민이 크게 늘면서 난민을 위장한 테러리스트에 대한 공포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13일까지 지중해를 건너 스페인에 온 난민은 838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476명)보다 3배 이상으로 늘었다.

파리=동정민 ditto@donga.com / 카이로=박민우 특파원
#스페인 바르셀로나#바르셀로나 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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