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산 1800만원 기부하고 떠난 기초수급 노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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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만 할아버지 “더 어려운 이웃 위해”
4년전 ‘유산기부’ 사전 약정

“내가 죽거든 부모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도와주세요.”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2013년 1월 자신의 전 재산인 전세금 1800만 원을 ‘유산 기부’ 형식으로 내놓은 김용만 할아버지(사진)가 최근 지병으로 별세했다”고 17일 밝혔다.

김 할아버지는 함경북도 청진 출신의 실향민이다. 1926년 4대 독자로 태어난 그는 아홉 살 때 탄광에서 일하던 부모가 갱도 사고로 숨져 고아가 됐다. 기차를 타고 부산으로 온 뒤 자갈치시장에서 행상으로 생계를 이어갔다. 6·25전쟁 때 국군으로 참전했다. 대구 중구에는 30여 년 전에 정착했다. 막노동을 하고 고물을 주워 팔아 생활하며 전세금도 모았다. 2000년부터는 기력이 떨어져 한 달 49만5000원의 기초생활수급비로 지냈다. 그가 마지막 생애를 보낸 33m²(약 10평) 남짓한 아파트는 대구에서 가장 오래된, 1970년에 지은 곳이다

가족 없이 홀로 지낸 김 할아버지는 사후(死後) 전세금 처분을 두고 고민이 많았다. 그는 평소 자신을 돌봐준 중구의 희망사회복지팀 담당자에게 “얼마 되지 않는 돈이지만 사회에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직원으로부터 유산 기부 방식을 전해들은 김 할아버지는 “기초생활수급자여서 생활비는 국가에서 지원받고 있다. 내가 가진 전세금으로 더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이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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