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무대 원하는 ‘금성여자-화성남자’…무용계 스타부부 김용걸-김미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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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함께 선 게 5년 전
남편 “다른 女무용수와 자주 호흡 사람들이 아내로 착각하기도”
아내 “그동안 쌓인 연륜과 느낌 다시 풀어내도 좋겠다 싶어”

발레리노 김용걸 교수(오른쪽)와 국립무용단 수석무용수 김미애는 자유롭게 포즈를 취해 달라는 요청에 바로 거침없이 포즈를 취했다. 전날 집에서 연습이라도 해온 듯 자연스럽고 완벽한 발레 포즈였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발레리노 김용걸 교수(오른쪽)와 국립무용단 수석무용수 김미애는 자유롭게 포즈를 취해 달라는 요청에 바로 거침없이 포즈를 취했다. 전날 집에서 연습이라도 해온 듯 자연스럽고 완벽한 발레 포즈였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누가 진짜 아내인지 헛갈릴 수도 있겠어요.”

하필 첫 대화 주제가 다른 여자 이야기다. 발레리노 겸 안무가인 김용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44)와 국립무용단 수석무용수 김미애(45)는 2007년 결혼한 무용계 스타 부부다. 최근 서울 서초구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만난 이들은 ‘아내가 헛갈리는 사연’을 털어놓았다.

“지영 씨와 춤을 많이 추다 보니 많은 사람이 지영 씨가 아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김미애)

지영 씨는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지영이다. 요즘 김 교수는 30, 31일 무용인 한마음축제에서 선보일 자신의 안무작 ‘쇼팽과의 산책’을 위해 김지영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이쯤 되면 질투할 만한데 그런 게 없어요. 저는 아내가 누구와 함께 춤을 추는지 감시하는 편인데요. 하하.”

장르가 달라 이들이 함께 무대에 설 기회는 드물다. 마지막 무대가 5년 전인 2012년으로 김 교수가 안무한 창작무용 ‘비애모’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관객 입장에서 뻔할 것 같아 함께 무대에 서고 싶지 않았어요. 하지만 함께한 시간만큼 쌓인 연륜과 인간적인 느낌을 춤으로 풀어내면 재미있겠다 싶어서 언젠가는 함께 무대에 서고 싶어요.”(김미애)

김 교수의 교수실 책장에는 의외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비롯해 리더십과 관련한 책이 여러 권 있었다. 학생들에게 강력한 카리스마를 보여준 것일까.

“처음에는 그것이 좋은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저는 한 번도 발레를 잘한다고 생각한적 없어요. 교묘하게 제가 잘하는 것만 골라서 한 거죠. 그래서 저처럼 춤을 잘 못 추는 애들을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더 잘해주려는 거죠.”(김용걸) “예전에 에너지가 넘칠 때 다들 내 마음 같은 줄 알고 열심히 시키다 한 학생이 발가락이 마비돼 기절했어요. 그때 이후론 눈높이를 맞춰 가르치죠.”(김미애)

춤꾼으로 국내 최고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이들도 춤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수렁에 빠진 적이 있었다.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 군무 단원으로 머물고 있을 때 삶이 무뎌졌었죠. 매일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발레 말고 다른 일에 대한 동경도 품었어요.”(김용걸) “남편이 파리로 간 뒤 정말 아침부터 밤까지 춤에만 매달렸어요. 점점 마음이 건조해지는 것을 느꼈어요. 무용수가 그러면 큰일이거든요. 그때 휴직계를 내고 파리로 갔죠. 그때 (남편의) 사랑에 목말랐거든요.”(김미애)

남편이 무대에 섰을 때 설레는 마음에 가슴이 떨린다는 김미애, 친구가 없는 자신에게 유일한 말벗이 되어 주는 아내에게 감사하다는 김 교수. 다시 태어나도 무용을 택할까.

“무용수는 축복받은 직업이죠. 몸으로 생각을 표현하면서 소통할 수 있잖아요.”(김미애) “요리를 해보고 싶어요. 창조적이면서도 나만의 철학을 담을 수 있잖아요.”(김용걸)

아홉 살짜리 아들은 다섯 살 때부터 소고춤(소고를 들고 추는 춤)을 따라 췄다.

“아들은 아빠에 대해 자부심이 커요. 중요한 것은 본인 의지죠. 하고 싶으면 전폭적으로 지원해 줘야죠. 용걸 씨, 돈 많이 벌어야겠네.”(김미애)

상대방이 준 최고의 선물은 무엇일까. 김미애는 아들을 꼽았다. 김 교수는 달랐다. “파리오페라발레단 시절 다른 여자에게 마음을 뺏긴 적이 있었어요. 당시 연애 중이던 아내는 절 용서했어요. 그 용서가 최고의 선물이었죠.”(김용걸)

김동욱 creating@donga.com·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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