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병원 ‘메디 스토리’]감기인줄 알았는데… 좋은 세포 잡아먹는 희귀병이라니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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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구탐식성 림프조직구증후군’이라는 희귀병을 앓다 인하대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건강을 되찾은 김선순 씨(가운데)가 주치의 조진현 교수(왼쪽)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인하대병원 제공
‘혈구탐식성 림프조직구증후군’이라는 희귀병을 앓다 인하대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건강을 되찾은 김선순 씨(가운데)가 주치의 조진현 교수(왼쪽)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인하대병원 제공
지방에 사는 김선순 씨(62)는 올해 초 전신 무력증, 식욕부진, 체중 감소, 발열 등의 증세가 한 달 이상 지속되자 동네 병원에 이어 지역 대학병원을 찾았다. 각종 피 검사를 비롯해 내시경, 컴퓨터단층촬영(CT), 양전자단층촬영(PET), 골수 검사까지 받았지만 특별한 원인을 찾지 못했다.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는 고역을 치러야 했다. 김 씨의 병은 호전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됐다. 결국 그는 딸이 살고 있는 인천으로 올라와 인하대병원을 찾았다.

인하대병원에 도착했을 때 김 씨는 적혈구와 백혈구, 혈소판이 모두 감소하는 ‘범혈구감소증’과 ‘위장관 출혈’ 증상을 보였다. 의식도 온전하지 못했다.

김 씨의 주치의 조진현 교수(혈액종양내과)는 증상과 자료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혈구탐식성 림프조직구증후군(HLH)’으로 진단했다. 이 질병은 면역세포가 과하게 활성화돼 좋은 세포까지 잡아먹어 몸을 아프게 하는 희귀병이다.

조 교수는 이 증상을 유발한 기저 질환을 찾기 위해 폐 조직 검사를 실시했다. 검사 결과 혈관 내 ‘거대 B세포 림프종’이라는 희귀 혈액암이 발견됐다. 조 교수는 김 씨에게 항암 치료를 시행했고 김 씨의 몸 상태는 빠르게 회복됐다.

김 씨는 “처음에는 감기라고 생각했다. 기침이 심했고 열이 높아 식욕이 전혀 없었다”고 전했다. 김 씨는 2개월간 동네 병원에서 감기, 역류성 식도염, 기관지염 진단을 받고 약을 먹었지만 몸 상태는 계속 악화됐다. 지역 종합병원에서 한 달 정도 입원해 다양한 검사를 받아 보았지만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했다.

“검사를 아무리 해도 병명을 알 수 없고 몸은 더욱 아팠는데 인하대병원에서 2주 동안 검사를 진행해 정확한 진단을 받았다. 항암치료를 받았지만 희귀 질환을 치료했고 몸이 차츰 좋아져 만족스럽다.”

HLH는 희귀 질환으로 원발성과 이차성으로 나눠진다. 성인에게는 이차성 HLH가 나타나는데 감염이나 악성질환, 자가면역질환에 의해 2차적으로 강력한 면역학적 활성화가 이루어지게 된다.

발열, 혈구감소증, 림프절 비대, 체중 감소 등의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증상이 심한 경우 의식 저하나 혼수와 같은 신경학적 증상으로 이어진다.

HLH는 진단이 어려운 질병이다. 발열을 비롯해 비장 비대, 혈구감소증 등 8가지 증상 가운데 5가지 증상이 나타날 경우 의심할 수 있지만 전형적이지 않은 HLH도 많아 임상의가 관심을 갖고 환자의 증세를 의심하지 않으면 진단이 쉽지 않다.

조 교수는 “HLH는 매우 드문 질환으로 증상의 범위가 몹시 다양하고 진단 기준도 복잡하다”며 “실제 환자 중 제대로 진단이 이뤄지지 않아 고통 받거나 소중한 생명을 잃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에서는 이 질환에 관심을 갖는 교수가 차츰 늘고 있으며 연구회가 생겨 전국의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며 “향후 HLH 환자의 더 나은 치료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인하대병원은 최근 암통합지원센터를 열어 환자 중심 암 치료 시스템을 구현해 호응을 얻고 있다. 암통합지원센터는 진료 위주의 암 치료가 아니라 통합적인 시스템을 통해 암 환자와 가족의 입장에서 암의 조기 발견과 진단, 치료, 예방, 교육에 이르기까지 환자 중심 맞춤형 치료를 진행한다. 암 환자와 가족에게 암 진단과 치료 계획 수립 과정 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한다. 증상 관리를 위한 교육과 상담도 진행하고 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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